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우크라이나 사냥법, '제갈용' 전술노트 보면 나온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제공 | 대한축구협회


[우치=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정정용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전략가 이미지를 확보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책사 제갈량의 이름을 따 ‘제갈용’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우연은 아니다. 꼼꼼한 준비가 수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폴란드에서 진행 중인 U-20 월드컵에서 한국은 다양한 전략을 바탕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같은 전술, 같은 전략, 같은 양상으로 승리한 게 아니라 매 경기 조금씩 변화를 주며 우승의 목전까지 갔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주어져도 전술 하나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정정용호 선수들은 대회 내내 포백과 스리백을 자유롭게 오갔다. 그 안에서도 다양한 변형을 시도하며 상대를 곤경에 빠뜨렸다.

비밀은 정 감독의 전술 노트에 있다. 정 감독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챔피언십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꽤 많은 분량의 전술 노트를 한 권씩 전달했다. 정 감독이 지향하는 전술 속에서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기록한 책이었다. 정 감독은 책 한 권에 여러 포메이션에서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여 하는지를 담았다. 뿐만 아니라 상대 전술에 따른 공략법,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움직임이 자세하게 넣었다. 선수들은 대회 내내 이 책을 보며 정 감독이 원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공부했다. 필드플레이어 중에서는 이강인과 김주성, 김정민을 제외한 나머지 15명이 이 노트를 보며 월드컵을 준비했다.

선수들의 전술적 움직임이 좋은 것도 이 전술 노트 영향이 크다. 13일 폴란드 우치 훈련장에서 만난 고재현은 “당시 감독님께서 처음으로 전술노트를 나눠주고 스리백 실험을 했다. 그 노트를 매일 방에서 보고 시간 날 때마다 읽었다. 월드컵 준비할 때와 실전에서 스리백을 쓸 때도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김세윤도 “노트에 전술이 세부화 돼 있다. 풀백이 나가면 미드필더가 좁히는 등의 움직임이 기록돼 있다. 선수들도 이 포메이션이 헷갈린다고 하면 전술 노트를 보고 공부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날카로운 세트피스로 상대 수비를 흔든다. 이강인의 정확한 킥도 빛나지만 약속된 플레이가 위협적이다. 고재현은 “거의 마법의 노트다. 마법 노트 덕에 잘 준비할 수 있었다”라며 “세트피스를 거의 다 써먹었다. 코너킥 옵션이 정말 많았는데 오히려 너무 많아서 헷갈리니까 세 가지 정도만 뽑아서 활용했다”라며 세트피스가 위력적인 것도 전술 노트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나이가 어린 연령대 대표팀이라 감독이 책 한 권을 직접 제작해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정 감독은 원래 치열하게 연구하고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선수들이 다양한 전술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전술 노트를 제작한 게 이번 대회에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은 16일(한국시간) 오전 1시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을 치른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이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상대하는 유형의 팀이다. 한국처럼 스리백을 쓰고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활용한다. 이번 대회 한국의 가장 큰 장점인 많이 뛰는 축구로 결승에 올라왔다. 정 감독의 전술 노트에도 우크라이나 같은 팀을 상대하는 법이 담겨 있을 것이다. 매 경기 상대 맞춤 전략으로 승리를 이끈 정 감독의 지략이 다시 한 번 빛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