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못하면 조끼 벗어야…원팀·특공대 뒤에 치열한 경쟁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제공 | 대한축구협회


[우치=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내부 경쟁이 없는 팀은 경쟁력이 없다.

정정용호 선수들은 늘 ‘원팀’을 강조하고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선수는 오히려 자신이 팀 분위기를 망가뜨릴까봐 더 열심히 표정 관리를 하는 팀이 바로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다. 13일 폴란드 우치 훈련장에서 만난 미드필더 고재현은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팀이 승리를 하니까 기쁘면서도 나는 못 뛰니까 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든다”라면서도 “(이)규혁이는 우리를 더 생각해주는 선수다. 숙소에서 표정 같은 거 전혀 어둡게 하지 않고 수고했다고 말해준다. 밝은 모습 안에 어두움도 나는 잘 이해하기 때문에 더 잘 챙겨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물론이고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규혁까지 팀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팀 분위기가 좋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이 있다. 건강한 경쟁은 팀을 더 생기 있게 만든다. 아무리 원팀으로 뭉쳐도 경쟁이 없으면 활기가 사라진다. 역설적으로 하나 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뀔 여지도 있다. 정정용호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U-20 대표팀은 치열한 내부 싸움으로 긴장감이 이어지는 팀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일정이 타이트하다. 보통 경기에서 경기 사이에 3일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지난 8강에서 4강으로 넘어갈 땐 겨우 이틀만 쉬었다. 사실상 제대로 된 훈련은 경기 전 날에만 할 수 있다. 정 감독은 다음 경기 상대가 나오면 그 팀을 분석하고 전략과 포메이션을 준비한다. 베스트11도 구상하지만 경기 전 날 바뀌는 경우가 많다. 경기 전 날 훈련에서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제대로 구사하는 선수로 선발 라인업을 채우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일반적으로 베스트11에 들어간 선수는 조끼를 입는데 정 감독은 특정 선수가 포지션 소화를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선수를 교체한다. 이렇게 한 두 명은 바뀌는 때가 많다. 따뜻하고 인정 많은 정 감독이지만 선발 멤버를 꾸리는 데 있어서는 누구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이다.

선발로 나서거나 많은 시간을 소화한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훈련 도중에서 심리적으로 차이가 있다. 직전 경기에서 선발로 뛴 선수들은 다음 경기 전 날에만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한다. 일단 회복이 우선이기 때문에 2~3일 전 훈련에서는 몸만 풀고 무리한 훈련을 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비주전 멤버는 경기에 필요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한다. 미니게임을 하고 호흡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여기서 묘한 기류 차이가 발생하는데 정정용호 선수들은 이러한 경쟁 구도를 인정하는 건강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불만을 갖는다거나 불성실한 태도로 훈련하는 선수가 없다. 선발로 나서는 선수들도 거들먹거리지 않아 원팀이 유지된다.

대신 벤치로 향하는 선수들은 특공대원이 돼 후반을 준비한다. 고재현은 “감독님께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더 중요하며 특공대라는 별명을 주셨다. 내가 특공대장이다”라며 후보 선수들도 나름의 역할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건강한 팀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너먼트에서는 실력 외 다른 요인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어린 선수들일수록 분위기를 많이 탄다. 자칫 엇나가는 선수가 한 명이라도 생기면 공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진다. 때로는 이런 이유로 팀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정정용호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U-20 대표팀은 치열하면서도 긍정적인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까지 오른 원동력이다.

weo@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