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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가슴 뛰는 청춘드라마, 이 한판으로 대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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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최후의 결전'

정정용 한국 U-20 대표팀 감독은 14일 훈련 막판 페널티킥 연습 때 직접 키커로 나섰다. 그가 맘먹고 날린 슈팅을 골키퍼 최민수가 막아냈다. 정 감독은 "내가 공을 차기 전에 최민수의 두 발이 모두 골라인에서 떨어졌다"며 열을 내며 항의했다. '제자가 반칙을 했으니 다시 차야 한다'며 떼를 쓴 것이다. 두 번째 기회에서 골망을 가른 정 감독은 한 손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선수들은 감독의 '코미디'에 얼굴을 가리고 킥킥거렸다.

미드필더 고재현은 "감독 선생님은 동네 아저씨처럼 편한 느낌이 든다"며 "우리가 먼저 다가가면 따뜻하게 받아주신다. '선생님을 위해 뛰어보자'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했다. 정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에 요령을 부리는 선수들은 없을까. 고재현은 단호한 표정으로 "이 대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다들 선을 지킨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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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챔피언십 당시 정 감독은 선수들에게 한 권씩 전술 노트를 나눠줬다. 일명 '마법의 노트'. 포메이션 변화와 세트피스 전술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10㎝ 정도 두께로 제본된 책엔 글과 그림이 함께 담겨 선수들이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김세윤은 "매일 방에서 밑줄 그어가며 시험 준비하듯 읽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대회가 끝나고 전술 노트를 거둬간 정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대비한 노트를 따로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에 입력이 끝난 선수들은 다양한 포메이션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작년 아시아 선수권에 뛰지 않았던 이강인(18·발렌시아)은 노트 없이도 금방 전술을 익혀 '풋볼 아이큐'가 남다름을 입증했다.

이번 대회에서 1골 4도움으로 활약 중인 이강인이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대회 MVP(골든볼) 수상이 유력하다. 한국 남자 축구 역사에 골든볼을 받았던 선수는 없었다. 2002 월드컵 당시 홍명보(현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3위에 해당하는 브론즈볼을 수상했다.

이강인은 우크라이나전에서 오세훈과 함께 투톱을 이루거나 2선에 처져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번에도 수비를 중시하는 3-5-2 전형으로 경기를 시작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에도 이강인과 나이가 같은 스타가 있다. 공격수 다닐로 시칸(18·FC 마리우폴). 5경기에 나와 4골을 터뜨렸다. 스피드를 살린 침투 능력이 뛰어나고 양발을 모두 잘 쓴다. 공격형 미드필더 세르히 불렛사(20·FC 디나모 키예프)도 경계 대상이다. 대회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지난 시즌 레가네스에서 임대로 뛴 안드리 루닌(20)이 골키퍼 장갑을 낀다.

우크라이나는 한국과 팀 컬러가 비슷하다. 파이브 백에 가까운 두꺼운 수비를 기본으로 역습을 노린다. 지난 3월 두 팀의 평가전에선 우크라이나가 1대0으로 승리했지만, 당시엔 이강인을 비롯한 현 한국의 주전급 선수들이 여럿 뛰지 않았다.

결승전 당일엔 70여명의 '붉은악마'가 현장에서 열띤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14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강인은 "대표팀 소집 후 모든 순간이 아름다운 추억이었다"며 "내일(현지 시각 15일) 국민을 행복하게 해드리겠다. 우승 트로피를 꼭 한국에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우치(폴란드)=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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