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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은메달 목에 걸고 ‘금빛 미소’… “함께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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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영웅들’ 환영식 / 입국장 팬·취재진 몰려 장사진 / 서울광장에도 수천여명 집결 /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분위기 / “누나 소개해 주고 싶은 형 없어” / 이강인 재치 답변 폭소 자아내 / 정정용 감독에 ‘즉석 헹가래’도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골짜기’ 안에 있었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결승진출의 쾌거를 만든 U-20 대표팀의 이야기다. 전 대회의 이승우, 백승호처럼 이렇다 할 스타가 없었던 이번 대표팀은 K리그 백업이나 2부리거들 중심으로 팀을 꾸려 몇몇 골수팬들을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모르는 선수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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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팀”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축구대표팀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라리가 특급 유망주인 이강인(발렌시아)이 추가됐지만 18세에 불과한 그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도 불확실했다. 그러나 U-20 대표팀은 믿을 수 없는 투혼을 보여주며 성과를 냈고. 마침내 모두가 이름을 아는 ‘스타’가 됐다.

이렇게 한국 축구의 별이 된 U-20 대표팀 선수들이 자랑스러운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화려하게 개선했다. 대회 내내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터라 입국 때 엄청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환영 열기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른 새벽부터 인천공항 입국장에 300여명의 축구팬들이 태극전사들의 모습을 지켜보려고 장사진을 이뤘고, 수많은 취재 카메라들도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냈다. K리그 인기구단인 FC서울 소속으로 이미 많은 팬들 앞에 서봤던 조영욱(20)조차도 “폴란드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환영을 받아 놀랍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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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광장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 달성 축구대표팀 환영식에서 시민들이 선수들의 소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 뜨거운 열기를 선수들은 20대 청춘들답게 즐겼다. 그토록 원하던 챔피언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아쉬움보다는 자부심을 갖고 팬들 앞에 당당하게 섰고, 이후 곧바로 버스를 타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이동해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환영행사도 시종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대표팀의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듯 선수들의 활기차고 익살스러운 대답들이 이어지며 환영식을 지켜보던 수천여 명의 팬들을 즐겁게 했다. 대회 최우수 선수상인 ‘골든볼’을 수상한 대표팀 막내 이강인은 “형들 중 누구를 누나에게 소개해 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솔직히 아무도 소개해 주고 싶지 않지만 반드시 소개해야 한다면 (전)세진 형이나 (엄)원상 형이다. 유일하게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골든볼 수상의 영광에 대해서는 “옆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 응원해주신 분들, 코칭스태프 덕분에 좋은 상을 받은 것 같다”며 다시 한번 동료와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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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볼 주인공 이강인의 준우승 소감. 연합뉴스


선수들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대표팀의 성공을 이끈 정정용 감독에 대한 감사의 말도 쏟아냈다. 여기에 깜짝 이벤트도 이어졌다. 선수들이 정 감독에게 모여들어 헹가래를 친 것. 정 감독이 “작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에도 준우승을 해서 헹가래를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자 선수들이 즉석으로 의기투합을 했다. 당황해 손사래를 치는 정 감독을 무대 중앙으로 이끈 선수들이 세 차례 힘찬 헹가래로 고마움을 표현했고, 정 감독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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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식 환영식에서 선수들이 정정용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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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식 환영식을 마친 이강인 선수가 팬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런 따뜻한 모습을 시민들은 흐뭇한 미소로 지켜봤다. 초여름 뜨거운 햇볕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지만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제 막 스타가 된 선수들의 답변에 호응하며 자리를 즐겼다. 축구팬 이상협(54)씨는 “이강인 말고는 잘 몰랐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골키퍼 이광연 등 많은 선수를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 선수들을 자주 봤으면 좋겠다.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서필웅·박유빈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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