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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선배들이 '너 때문에 진 게 아니다, 당당하라'고…" 롯데 나종덕, 아픈만큼 성장한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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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롯데 포수 나종덕(21)의 목소리에서는 여전히 초조함이 느껴졌다.

그는 지난 주말 KIA와 2연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를 포함해 2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면서 모처럼 타석에서 빛이 났다. 팀도 7연패 뒤 2연승으로 반전을 꾀했다. 모처럼 웃을 법했지만 그는 채찍을 가했다. 17일 본지와 통화에서 “홈런을 기록한 것보다 그저 팀에 오랜만에 도움이 되는 경기를 한 게 좋았다”며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스스로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2017년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나종덕은 ‘제2 강민호’로 주목받으며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강민호가 FA로 이적하면서 다소 이르게 1군 주전 포수 자리를 물려받았다. 명가 재건을 꿈꾸는 롯데의 믿음직스러운 새 안방마님을 꿈꿨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특유의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잠재력은 인정받았지만 공수 주요 승부처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올 시즌은 너무나 큰 성장통이다. 투타 밸런스가 시즌 초반부터 무너진 가운데 1998년생 신예에 불과한 나종덕은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았다.

야구에서 포수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투수 리드서부터 전체적인 수비 조율을 책임진다. 팀 중심을 잡아야 하는 포수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중심 타선이 무너지며 마운드 부담이 커진 가운데 경험이 부족한 나종덕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컸다. 좋은 포수의 지표 중 하나인 도루 저지율만 보면 나종덕의 잠재력은 확실히 증명된다. 지난 시즌에도 548.1이닝 동안 도루시도 65회 중 24회를 저지하면서 0.369의 도루 저지율을 보였다. 올 시즌에도 16차례 도루를 저지, 도루 저지율이 0.5에 달한다. 50경기 이상 출전한 주전 포수 중 단연 1위다. 그러나 롯데가 올 시즌 폭투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1위(62개)에 매겨지는 등 불명예스러운 지표가 주목받으면서 가치가 바랬다. 특히 지난 12일 잠실 LG전은 나종덕에게 치욕스러운 순간이었다. 연장 승부에서 포스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에서 끝내기 폭투로 이어지는 송구로 팀 패배를 바라봐야했다. 롯데의 올 시즌 잦은 실책과 폭투 현상은 팀 전체적인 문제다. 그럼에도 나종덕은 안방 마님으로 책임감이 더욱 크다. 그는 “내가 못해서 팀이 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특히 양상문 감독께서도 나를 믿고 지속해서 기회를 주시는 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나종덕은 코치진을 비롯해 팀 내 선배들로부터 용기를 얻는다. 그는 “누구 한 명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선배들이 먼저 다가와주셔서 힘을 준다”며 “최근에도 ‘자신감갖고 하라’, ‘너 때문에 진 게 아니다’, ‘선배들이 더 잘하면 되니까 당당하게 하라’고 말씀해줬다”고 말했다. 보란듯이 지난 15일 KIA전에서 11일 만에 안타를 해내더니 다음 날 홈런포까지 가동했다.

나종덕은 평소 온라인 기사 댓글을 잘 읽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 기자가 나종덕 관련 기사 중 눈여겨본 한 댓글을 언급했다. 한 네티즌은 댓글난에 ‘나종덕, 이제는 욕을 하다가 정이 들었다.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적은 내용이었다. 그는 “어떠한 내용을 떠나서 나와 관련한 댓글을 남겨주시는 건 그만큼 관심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스스로 더 발전하겠다. 지켜봐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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