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2 (화)

SK-두산의 엇갈린 희비, 돌고도는 KBO리그 트렌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SK 마무리 하재훈이 23일 2019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만루위기를 막아 1점차를 지켜낸후 염경엽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SK와 두산의 전반기 성적은 지난해와 반대다. SK는 93경기를 치른 15일 현재 승률 0.674로 단독 선두 고공비행 중이다. 지난해 94경기를 치른 시점에 두산에 9경기 차 뒤진 2위였던 점을 떠올리면 그야말로 대역전이다. 두 팀의 엇갈린 희비 쌍곡선은 올해 KBO리그 판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극단적인 단면으로 볼 수 있다. 10여 년 전, KBO리그가 세계야구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던 때와 닮은 꼴이다.

야구는 늘 변한다. SK 염경엽 감독은 넥센(현 키움) 사령탑 시절 “프로야구 트렌드는 돌고 돈다”고 역설했다. 강속구 투수가 득세하면 작전야구가 활성화되고, 제구와 완급조절 능력을 갖춘 투수가 증가하면 한 방을 노리는 거포들이 성장하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의미다. SK 손혁 투수코치 역시 “선발이 약한 팀은 불펜이 강할 수밖에 없고 반대의 경우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 유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고 진단했다. 강력한 선발진이 매경기 6, 7이닝씩 소화하면 불펜진은 딱히 할 일이 없다. 정규이닝 마지막 회만 깔끔하게 막아내는 마무리 투수만 있어도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다. 이 의견은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는 LA 다저스의 투수진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선발이 5이닝 막기도 버거우면 자연스레 불펜이 강해진다. 손 코치는 “다양한 위기 상황에 타자를 상대하는 빈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경기운용 능력을 배우게 돼 있다. 원래 투수는 맞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서울

두산 함덕주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과 롯데의 경기 8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롯데 9번 타자 신본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강판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2000년대 중반이 딱 그랬다. 당시 삼성 지휘봉을 잡은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상대적으로 허약한 선발진을 보완하기 위해 강한 불펜을 필승카드로 들고 나왔다. 선발이 물러나면 더 강한 투수가 연이어 등판하니 ‘삼성 야구는 6회까지만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 틈을 타 두산이 탄탄한 수비와 기동력으로 틈새시장을 파고 들었다.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를 앞세운 선발 마운드도 좋았지만 훗날 국가대표팀 내야를 지배한 리그 최강의 수비력이 곰들의 왕국을 세우는데 도움을 줬다. 두산과 함께 리그를 지배한 팀이 2000년대 후반 SK였다. 물샐틈 없는 수비는 물론 변화무쌍한 마운드 운용으로 ‘벌떼 마운드’로 불렸다. 수비와 기동력, 강한 불펜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지탱하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강력한 불펜진이 잦은 등판과 투구패턴 노출, 부상 등에 시달리면 주도권은 타자들로 이관된다. 2010년대 초반까지 ‘왕조’를 구축한 삼성이 몰락하기 시작하면서 강력한 타선을 앞세운 두산이 치고 나왔다. 수비와 기동력으로 승부하던 두산은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는데 실패하자 반대급부로 선발진과 타선 강화에 열을 올렸다. 더스틴 니퍼트를 필두로 장원준 유희관 등 다양한 유형의 선발투수와 김재환 오재일 양의지 등 토종 거포들로 선 굵을 야구로 변화를 꾀했다. 이른바 ‘탱탱볼’로 불린 고반발 공인구도 이런 공격 야구 흐름에 불을 지폈다.
스포츠서울

LG 류중일 감독(왼쪽)이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LG와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에 승리한 뒤 시즌 18 세이브를 기록한 고우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축하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눈길을 끄는 대목은 ‘홈런 공장’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낸 SK는 염 감독이 단장일 때부터 불펜 강화에 열을 올렸다는 점이다. 김광현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선발진을 갖고 있지만 불펜이 생각만큼 버티지 못해 어려운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수비가 강력한 편도 아니라 투수들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밖에 없는 팀 구성도 불펜 강화에 열을 올린 이유였다. 서진용과 하재훈 등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들과 김태훈 박희수 등 왼손 스페셜리스트들의 중용은 투구유형 다변화를 통한 약점 메우기로 해석된다. 키움과 LG 등 상위권에 포진한 팀도 불펜진의 힘으로 버티는 중이다.

반면 두산은 ‘하던대로’를 외쳤다. 여전히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는 타선에 조쉬 린드블럼을 필두로한 강력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으니 전력누수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녹아든 전략이었다. 허약한 마운드를 포수 양의지로 채우려던 NC도 한계에 봉착한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불펜 방화를 시작으로 속절없이 무너진 롯데도 결과적으로는 흐름에 둔감한 탓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 그 시기를 가늠해 미리 대비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SK와 두산의 뒤바뀐 현실이 KBO리그 전체 흐름을 대변하는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