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이란 여성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머지 않아 A매치에서도 같은 장면을 보게 될 전망이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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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축구계가 ‘축구장=금녀(禁女) 구역’이라는 낡은 등식을 허물기로 했다.
AP통신은 “이란축구협회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부터 홈 경기에 여성 축구팬들의 입장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FIFA는 대변인을 통해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이란축구협회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다”면서 “이란 체육청소년부 장관이 승인하면 최종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에서 이제껏 축구장은 ‘여성 출입 금지 구역’이었다.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의 대외 활동을 제한하는 규정이 생긴 탓이다. 10만 명을 수용하는 수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은 A매치가 열릴 때마다 예외 없이 남성팬들로 가득했다. 이란은 지난 1981년부터 남자축구 경기에 여성 팬과 여성 취재진의 입장을 금지하는 법률도 제정했다.
10만 명의 남성팬들이 모두 함께 검은 옷을 입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장면. 지금까지 이란 A매치 홈 경기의 모습은 항상 이랬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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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오랜 철칙을 깨고 변화를 선택한 건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가지고 FIFA가 강하게 압박한 결과다. 지난해 10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이란축구협회에 서신을 보내 “이란 또한 FIFA의 가맹국으로서 FIFA가 정한 규정과 원칙을 지킬 의무가 있다”면서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인판티노 회장은 이란이 FIFA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축구계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의 사례로 규정해 이란의 월드컵 출전권 박탈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함께 흘렸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시한을 오는 9월에 열리는 아시아 2차예선 직전까지로 못 박았다.
FIFA의 의중을 읽은 이란은 지난해 11월 의미 있는 실험을 진행하며 ‘변화의 물결’에 대비했다.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 사상 최초로 여성 관중의 입장을 허용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란축구협회의 결정을 이란 정부가 이의 없이 받아들일 경우 오는 9월 아시아 2차예선부터는 아자디 스타디움 관중석에서 축구경기를 즐기는 여성 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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