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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경험의 힘' 믿은 로리, 클라레 저그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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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셰인 로리.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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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경험의 힘은 강력하다. 성공이든, 실패든 경험은 그 자체로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제148회 디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075만 달러) 정상에 오른 셰인 로리(아일랜드)의 무기는 2016년 US오픈 우승 실패의 아픈 경험이었다

로리는 21일(현지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5개를 묶어 1오버파 72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169타를 기록한 로리는 단독 2위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를 6타 차로 따돌리고 클라레 저그(디오픈 우승트로피. 은으로 만든 술 주전자 모양)를 품에 안았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디오픈에서 컷 탈락했던 로리를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로리는 이번 대회가 열린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을 완벽하게 정복했다. 비바람 역시 강하게 몰아쳤지만 그의 우승을 막지 못했다.

로리는 “지난해 컷 탈락하고 주차장에서 울었는데 올해 이 대회 우승자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디오픈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US 오픈에서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로리는 2016년 US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4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며 우승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눈앞에 두고 크게 흔들렸다. 샷과 퍼트 난조에 발목을 잡혔고 더스틴 존슨(미국)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로리는 실패를 통해 단단해졌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도 마지막 날 4타 차 단독 선두로 시작했다. 플리트우드와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친 로리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1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우산을 들고 가만히 서 있기 어려울 정도로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로리는 침착했다. 2번홀과 3번홀, 파로 숨을 고른 로리는 4번홀부터 타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4번홀과 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채며 디오픈 우승을 향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버디 행진은 계속됐다. 7번홀에서 또 하나의 버디를 잡아내며 2위 그룹과의 격차를 6타 차까지 벌렸다. 로리는 방심하지 않았다.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며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8번홀과 9번홀, 보기로 전반을 이븐파로 마친 로리는 11번홀에서 1타를 까먹으며 플리트우드에 추격을 허용했다.

위기는 13번홀(파3)에서도 계속됐다.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며 보기를 적어낼 상황에 처했다. 우승을 위해선 반드시 파를 잡아야 했다. 이 때 로리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벙커샷을 약 2m 거리에 붙인 뒤 파를 잡아냈다.

마무리도 완벽했다. 로리는 14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냈지만 15번홀 버디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이후 나머지 홀을 모두 파를 막아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확정지었다.

로리는 “디오픈 우승을 차지하는 데 2016년 US오픈 우승 실패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방심하는 순간 우승이 멀어지는 만큼 마지막 홀을 마칠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로리는 경기 내내 열렬히 응원해준 북아일랜드 팬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대회장에서 약 280㎞ 떨어진 아일랜드 멀린가에서 태어난 로리는 “골프에 있어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가 한 나라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로리는 이번 우승으로 2007년과 2008년 디오픈을 연속으로 제패한 파드리고 해링턴에 이어 아일랜드 출신으로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2번째 선수가 됐다.

우승 상금으로 193만 5000달러(약 22억7500만원)를 받은 로리의 페덱스컵 랭킹과 남자골프 세계랭킹도 껑충 뛰어올랐다. 페덱스컵 포인트 600점을 추가해 페덱스컵 랭킹 18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은 지난주 33위에서 16계단 상승한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단독 2위는 9언더파 275타를 친 플리트우드가 자리했고 토니 피나우(미국)가 7언더파 277타 단독 3위에 올랐다.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미국)는 6언더파 278타 공동 4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박상현(36)이 2언더파 282타 공동 16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안병훈(28)은 1오버파 285타 공동 32위에 이름을 올렸고 황인춘(46)은 2오버파 286타 공동 41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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