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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졌지만 잘 싸웠다 … 여자 수구 ‘아름다운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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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 태극낭자 ‘짧은 도전’ 마무리 / 쿠바와 순위결정전 0-30 완패 / 첫 세계선수권 5전 전패 16위 / 세계 강호 상대 172실점 6득점 / 경다슬 3골 넣으며 에이스 역할 / 골키퍼 오희지 코피 투혼 불살라 / 최종전 마친 선수들 ‘눈물바다’

또다시 큰 점수 차로 졌다. 하지만 흠뻑 젖은 채 풀 밖으로 경기장을 나온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격려했다. 응원해 준 관중을 향해 인사하면서도 선수들은 터진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한국 여자 수구의 힘겹지만 아름다운 도전이 끝나는 순간의 풍경이었다.

세계일보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이 22일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쿠바와의 15~16위 순위결정전 경기를 마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은 22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쿠바와의 15∼16위 순위결정전에서 0-30으로 완패하며 최하위인 16위로 모든 경기를 마쳤다.

5월 말 선발전을 통해 뽑혀 수구를 처음 시작한 ‘경력 한 달’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첫 세계선수권대회를 5전 전패로 마쳤다. 대부분이 고등학생이고 중학생도 2명이나 포함된 13명의 초심자는 세계 강호를 상대로 총 172골을 내주고 단 6골만을 넣었다. 개최국 자격이 아니었으면 대회에 나올 수 없는 실력이었기에 당연히 출전국 중 최소득점이고 최다실점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우습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한 골’이라는 목표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첫 경기 헝가리전 0-64 대패 때 절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러시아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기어이 그 목표를 달성하며 환호했다. 역사적인 첫 골의 주인공 경다슬(18·강원체고)이 총 3골이나 넣으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줬고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맏언니 골키퍼 오희지(23·전남수영연맹)는 얼굴에 공이 맞아 코피가 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점수를 덜 주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세계일보

경다슬


경다슬은 “한 달 연습 후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간다는 것은 일반인이 한 달 동안 훈련해서 메시와 축구를 하는 것과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 때문에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뭉칠 수밖에 없었다”면서 “팀 종목인 수구를 하면서 이기적이었던 내가 바뀌었다”고 대표팀이 똘똘 뭉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했다. 경다슬의 첫 골 당시 벤치에서 펑펑 울었던 김예진(18·창덕여고)도 “경영에서 잘하는 선수가 아니어서 불행했던 제 인생이 수구를 통해 행복했다”며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5경기라는 짧은 도전이었지만 이 도전이 보여준 여운은 길었다. 이제 그 여운을 좀 더 이어가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여자 수구 대표팀은 해체된다. 선수 수급이 어려워 언제 또 대표팀이 구성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선수들은 “매일 즐거웠다. 앞으로도 계속 수구를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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