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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조롱받는 쑨양vs박수받는 호튼…도핑 논란, 2라운드 간다[세계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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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중국의 쑨양(가운데), 이탈리아의 가브리엘레 데티(오른쪽)가 21일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메달을 딴 뒤 시상대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가운데. 은메달을 딴 호주의 맥 호튼은 쑨양의 도핑 논란을 의식한 듯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다. 제공 |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광주=스포츠서울 김현기·이지은기자]금메달이 오히려 쑨양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중국이 자랑하는 수영 스타 쑨양은 21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예상대로 금메달을 따냈다. 3분42초44로 터치패드를 찍어 호주의 맥 호튼(3분43초17)을 0.73초 차로 누르고 3년 전 리우 올림픽에서 당한 패배를 시원하게 설욕했다. 이 종목 첫 세계선수권 4연패를 달성했고 통산 10번째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쑨양은 우승 직후 물 위에서 ‘4연패’를 과시하듯 손가락 4개를 펼쳐보이더니 시상식을 앞두곤 화끈한 어퍼컷 세리머니까지 수 차례 펼쳐보였다. 여기까진 좋았다.

이 때부터 쑨양의 수모가 시작됐다. 시상식에서 호튼이 아예 2위 시상대에 오르지 않고 은메달만 목에 건 것이다. 세리머니 뒤엔 메달리스트들이 단체 사진촬영에 응하는 것이 관례인데 호튼은 뒷짐을 쥐며 사실상 거부했다. 쑨양은 동메달리스트인 가브리엘레 데티(이탈리아)하고만 포즈를 취했다. 관중은 물론 미디어센터에 있던 취재진이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호튼은 쑨양을 대놓고 무시한 셈이 됐다. 쑨양도 그런 호튼을 외면한 채 기쁨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둘의 악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우 올림픽 당시 이 종목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둘이 훈련 때 충돌한 것이다. 쑨양이 마주보고 다가오는 호튼에게 사소한 장난을 쳤는데 호튼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말았다. 게다가 호튼은 “도핑 전력이 있는 선수는 라이벌로 여기지 않는다”며 2014년 금지약물 복용에도 불구하고 중국반도핑기구(CHINADA)로부터 3개월 자격정지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쑨양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둘의 다툼은 리우 올림픽 최대 이슈가 됐다. 호튼이 결국 쑨양을 누르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올라섰고 호튼은 물론 호주 수영대표팀 전체가 기세등등하게 브라질을 떠났다. 그리고 광주에서 둘이 재격돌했다. 이번엔 쑨양이 막판 맹추격하던 호튼을 눌렀다. 하지만 호튼의 ‘시상식 뒷짐 사건’으로 쑨양에겐 상처 뿐인 영광이 됐다. 쑨양은 기자회견 때 “나를 무시할 순 있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 난 나라를 대표해서 출전했다”며 호튼에게 반격했다.

쑨양은 지난해 9월 불시 도핑 검사 때 샘플을 깨트린 혐의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재판 대상이 됐다. 그러나 아직 재판이 이뤄지지 않아 쑨양은 이번 세계선수권엔 출전했고 기존에 그를 비판하던 호주에 이어 수영 강국 미국 선수들까지 쑨양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호튼이 다시 총대를 메고 쑨양과의 신경전을 링 위로 올려놓았다.

‘스위밍 월드 매거진’은 22일 “(시상식 직후)어젯밤 선수촌 식당에 들어선 호튼은 그가 시상대에 서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 전 세계 동료 선수의 박수갈채를 받았다”며 “쑨양과 시상식에 무언의 항의를 한 그가 무거운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경영 둘째날 광주에서도 호튼은 많은 동료 선수들과 코치진으로부터 계속해서 응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이름을 건 공개지지자들도 여럿이다. 독일 수영대표팀 대변인은 “마침내 누군가가 강한 메시지를 보내서 기쁘다. 쑨양이 여기서 수영을 하고 있다는 건 나머지 결백한 선수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일이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강력한 신호가 되길 바란다”며 ‘민심’을 전했다.

반면 중국 언론과 팬들은 미국과 호주 등 이른바 서구 수영 강국의 ‘쑨양 깎아내리기’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 쑨양은 22일 열린 남자 자유형 200m에서도 예선과 준결승을 가뿐하게 통과해 23일 이번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수영장을 넘어 미국과 중국, 호주와 중국, 서구와 중국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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