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남자수구 꿈같은 첫승…젊은 그대 ‘열정 챔피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15~16위 결정전, 뉴질랜드에 승부샷 5-4

감동의 물결 선수단 얼싸안고 기쁨 만끽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등록 선수 200여명. 실업팀은 7개밖에 없다. 선수들은 대개 한국체대 출신으로 대학부도 열악하다. 이런 악조건을 뚫은 것은 “포기하지 말자”는 열정이었다. 골키퍼 이진우(22·한국체대)는 “목표는 1승이라 했지만 사실 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해냈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수구대표팀이 23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수구 15~16위 결정전에서 뉴질랜드에 12-12로 비긴 뒤, 승부던지기에서 5-4로 이겼다. 최종 전적은 17-16(3-3 2-2 4-5 3-2 <5-4>)으로 기록된 한국 수구팀의 세계대회 첫 승리다. 11번의 동점과 3번의 역전 등 정규 4쿼터 경기에서 접전을 폈고, 승부던지기에서 극적으로 이긴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하나가 됐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한국의 승리를 점친 이는 거의 없었다. A조의 세계 4강권 나라들과 맞붙은 그리스전(3-26), 세르비아전(2-22), 몬테네그로전(6-24) 세 경기에서 대패했다. 카자흐스탄과의 순위결정전에서도 4-17로 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주장 이선욱(32·경기도청)은 “우리는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져도 서로를 다독이며 기회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6차례 세계대회에 나왔던 뉴질랜드는 각 대륙의 대표답게 약팀이 아니다. 비록 C조 4위(1무2패)로 순위결정전에서 밀렸지만 승리를 노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뉴질랜드 감독은 경기 내내 한국팀에 질 수 없다는 듯 선수들을 연신 다그치며 독려했다.

안방 응원단의 지원을 받은 한국 선수들의 초인적 의지는 상상을 넘어섰다. 초반 김동혁(23·경기도청)의 첫 골로 순풍을 탄 한국은 1~2쿼터 5-5로 팽팽한 대결을 이어갔고, 3쿼터에 뒤집혔지만 4쿼터 막판 권영균(32·강원수영연맹)의 슛으로 12-12 동점을 일궜다. 30여초를 남겨두고 뉴질랜드의 역공에 몰렸으나 상대의 긴 패스를 미리 나가 빼앗은 골키퍼 이진우의 활약은 압권이었다.

승부던지기에서 공격권을 쥔 뉴질랜드가 먼저 첫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의 골키퍼 이진우가 뉴질랜드의 두번째 슈터인 니콜라스 스탄코비치의 슛을 막아냈고, 마지막 슈터로 나선 맏형 권영균 등 5명이 모두 골을 성공시키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수훈갑인 권영균은 “부담감이 많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섰으면 누구라도 넣었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한국은 과거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일본, 중국과 어깨를 겨뤘다. 하지만 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등이 등장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열악한 저변에서 대표팀도 딱 14명으로 청백 팀으로 나눠 자체 경기를 하기도 힘들었다. 전지훈련은 언감생심이다. 이승재 코치는 “4월 대표팀을 구성해 3개월 남짓 훈련했다. 진즉에 전지훈련을 가서 외국 선수들과 맞붙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실제 선수들은 이번 세계대회를 통해 나날이 성장했다. 이선욱은 “워낙 세계 최강의 선수들과 싸우다 보니 경기를 할수록 우리도 기량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 주최 대회에 출전하고, 내년에는 2020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고 다툰다. 이승재 코치는 “일본이 주최국으로 이미 출전하는 만큼 카자흐스탄, 중국과의 싸움이 고비다. 한장의 티켓을 꼭 따고 싶다. 대부분의 선수가 군대에 가야 하는데 상무팀이라도 만들어지면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