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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축구] 최악의 팬 모욕 참사, ‘호날두 노쇼’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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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한국 축구팬들에겐 호날두의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사진=유벤투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원아영 기자] 날강두(날강도 호날두), 유벤퉁수(유벤투스 뒷통수), 대국민 사기극, 팬미팅 노쇼, 45분 출전 약속 파기, 검증되지 않은 주최사, 지상파방송을 탄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 그리고 ‘사과는 없다’.

이쯤이면 참사다. 프로 스포츠는 팬이 있어야 하는데, 팬들이 혹독하게 당했다. 발롱도르 5회 수상에 빛나는 현역 최고의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의 26일 내한은 큰 관심만큼이나 역대급 ‘팬 모욕 사고’가 되고 말았다. 호날두가 한국에 남기고 간 것은 ‘하루 만에 날강두 돼 버린 우리 형’이라는 표현처럼 실망 그 자체였다.

노쇼

팀 K리그 대 유벤투스로 진행된 이 친선경기는 최고 40만 원에 달하는 표가 매진되며 상암월드컵경기장이 6만 3,000명의 관중으로 가득 찼다. 팬들 대부분은 세계적인 축구스타인 호날두를 보기 위해서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고, 궂은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이들은 호날두가 한국 잔디 위를 누비는 것을 갈망하며 그의 이름을 외쳤지만 호날두는 경기 내내 벤치만 지켰고 팬들에게 인사 한 마디도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화면에 그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야유가 터져 나왔고, 심지어 라이벌인 ‘메시’의 이름이 연호되기도 했다. 최고의 이벤트가 ‘역대급 코미디’가 되는 장면이었다.

대회 주최사인 더페스타는 유벤투스와의 계약에서 호날두의 ‘45분 이상 출전’을 조항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더페스타 측은 계약위반의 책임은 전적으로 유벤투스와 호날두에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 후반 10분이 지나서야 호날두가 경기를 뛰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유벤투스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호날두가 뛰기 싫어한다며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나왔다는 것이다.

엉망진창 팬서비스

그런데 문제는 호날두의 불출전만이 아니라, 이번 이벤트가 구조적으로 잘못됐다는 점이다. 항공기 연착으로 입국이 2시간 늦어졌고, 오후 3시 예정된 팬미팅에 호날두는 ‘노쇼’로 일관했다. 경기는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게 시작됐다. 현장은 물론이고, 중계방송으로 이 경기를 보려던 팬들은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날아가버린 1시간’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팬서비스의 기초를 망각한 실수다.

여기에 A보드에는 불법스포츠도박사이트가 홍보돼, 지상파 방송을 통해 전국에 홍보됐다. 유명 축구스타가 주최 측이 에스코트 키즈에게 돈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가의 티켓에 포함된 식사는 형편이 없었다. 여기에 근육통이라던 호날두는 불출전은 물론이고, 인터뷰조차 하지 않았고, 경기장에서 사적인 SNS 메시지를 날리고, 이탈리아 귀국 후에도 “집에 오니 좋다”며 러닝머신을 타는 사진을 팬들에게 알렸다. 유벤투스의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이 인터뷰 때 황당한 말을 했는데, 이를 통역하지 않았다는 논란까지 발생했다.

'호갱'이 된 축구팬

원래 이날 행사는 K리그 올스타전의 형식이었다. 올스타전은 해당 종목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자리다. 이런 자리에서 팬들을 격분하게 만들었으니 ‘참사’로 불리는 것이다. 향후 각종 소송 등 공방도 예상된다. 이미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더페스타는 공식사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책임을 유벤투스와 호날두에게만 돌리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뿐 화난 팬들을 달랠 후속조치는 없다. 그리고 가장 큰 실수를 범한 유벤투스와 호날두는 일말의 유감표명도 없다.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팬들을 무시하는 것은 프로스포츠가 범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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