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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단독] 호날두 결장 경기 주최사 ‘더 페스타’… 거짓 해명ㆍ독단적 운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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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분 출전 홍보 안 했다” 거짓말, 경기 준비하며 전문가 의견 무시… 손배 집단소송 청구 2000명 넘어
한국일보

28일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를 주관한 더 페스타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한 건물에 불이 꺼져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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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명문팀 유벤투스의 방한경기를 주최한 ‘더 페스타’ 로빈 장(45)씨를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 ‘노쇼’ 사태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진 ‘거짓 해명‘ 의혹에 이어, 친선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무리한 독단적 운영에 따른 마찰과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장 대표는 “금주 내 유벤투스 측이 방한해 사과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일정 또한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밝힌 일정들마저 수시로 번복하면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더 페스타 측은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팀 K리그(K리그 선발팀)’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호날두 45분 이상 의무출전 조항’을 외부에 알린 책임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전날 장 대표가 본보 인터뷰를 통해 “호날두 45분 이상 의무출전 조항을 외부에 가장 먼저 알린 건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다”며 “책임은 프로연맹에 있다”고 강력히 주장한 데서 한 발 물러선 답변이다.

장 대표는 프로연맹과 친선전을 치르기로 계약한 시점(6월 말)과 비슷한 시기 한 스포츠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날두가 45분 이상 출전하기로 계약서상 명기됐다’고 밝힌 바 있다. 더 페스타 측에 이에 대한 반론을 요구했으나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거짓 해명 의혹만 부추겼다. 장 대표는 28일 인터뷰에서 “나는 명백한 증거를 다 갖고 있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해도 내가 다 이긴다고 들었다”고 한 바 있다. 호날두 직관(직접 관람)을 기대했다가 성난 팬들은 손해배상 집단소송에 나섰다. 법률사무소 명안이 더 페스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인을 모집 중인데, 참여 인원은 29일까지 2,000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더 페스타 측은 26일 친선전에서 호날두 노쇼 사태가 벌어진 이후 곤란할 땐 즉답을 회피하고, 필요할 땐 인터뷰를 택하며 시간을 벌어가고 있다. 경기 당일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전달받고도 직접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장 대표는 27일부터 잇단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벤투스 측이 (노쇼 사태에 대한)메시지를 주기로 했다”거나, “유벤투스 관계자가 금주 내 방한해 사과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던졌으나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

이와 함께 지나치게 짧은 대회 준비 과정에서 전ㆍ현직 프로연맹 직원과 일부 구단관계자, 대행사 등 경기 관계자들 의견을 무시하는 독단적 운영을 폈단 주장까지 흘러나오며 파행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이번 대회 운영에 참여한 관계자 A씨는 “기본적인 경기 운영 규정에 대해 설명을 하거나 조언을 해도 ‘결정은 내가 한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뭉개는 일이 많았다”며 “꼭 유벤투스의 지각 도착이 아니더라도 경기 운영이 원활치 않을 수 밖에 없을 거란 예견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유벤투스 일정 등 정보를 더 페스타 핵심 관계자에 문의를 해도 제때 답변을 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주최사는 더 페스타이고 프로연맹은 참가팀 입장이었지만, 경기 당일 대회 운영이나 의전 실무의 상당부분을 프로연맹에 떠넘겼다는 증언도 많았다.

더 페스타는 경기 당일 경기장 내 광고판(A보드)에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광고를 노출한 데 대한 법적 책임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체육진흥법 26조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홍보하거나 중개 알선 행위가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장 대표를 비롯한 더 페스타 관계자들은 경기 후 첫 평일을 맞은 29일에도 강남구 세곡동에 위치한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주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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