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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비바람에 갇힌 선수들, 대기 스타일도 '각양각색' [ST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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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사진=방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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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지난 주말 제주도에는 태풍 레끼마의 영향으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9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였다.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하반기 첫 대회로,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들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인비, 고진영의 출전으로 골프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강풍으로 잠시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더니, 3라운드는 아예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54홀 대회에서 36홀 대회로 축소된 채 치러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고생을 한 사람들은 선수들이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경기를 준비했던 선수들은, 악천후로 경기가 연기되면서 클럽하우스에 무한대기해야 했다.

언제 경기가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 선수들은 무한 대기에 들어갔다. 클럽하우스 1층은 선수들과 캐디, 관계자들로 가득 찼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경기가 연기되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선수들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장 많이 택한 방법은 역시 수다였다. 클럽하우스 곳곳에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필드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나눴다. 앉을 곳이 부족한 상황에서, 계단은 대화를 나누기 좋은 사랑방이 됐다.

이야기할 거리도 다 떨어지면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웹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역시 날씨였다. 몇몇 선수들은 바깥이 잘 보이는 창가나, 클럽하우스 난간에서 비바람을 체크했다. 하지만 보기 드문 강풍과 폭우에 선수들은 혀를 내두르며 다시 클럽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 선수들은 복잡한 클럽하우스 대신 연습장을 대기 장소로 택했다. 몸을 풀 수 있어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장소로는 최적의 장소였다.

선수들의 기다림이 계속된 가운데, KLPGA는 5차에 걸쳐 낮 12시까지 경기를 연기했다.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대회를 마치고자하는 의지였다. 하지만 비바람은 잦아들지 않았고, 결국 최종 라운드 취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KLPGA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이 상태에서는 경기를 재개해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선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스폰서의 의중과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으로 경기를 펼치길 원하는 경기위원회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는 54홀 대회에서 36홀 대회로 축소됐고,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던 유해란이 행운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유해란은 자신의 우승을 연습장에서 알았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연습장에서 몸을 풀던 중, 최종 라운드 취소 문자를 받았다. 유해란은 우승자 인터뷰에서 “아빠에게 ‘취소됐대요’라고 하니 ‘어 그럼 우승인데’라고 말씀하셨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폭풍우 속에서 펼쳐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는 깜짝 우승자 유해란을 탄생시키며 마무리 됐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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