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국내에서 활동중인 중화권 출신 아이돌이 홍콩 시위대를 저격, 이를 진압하는 중국 정부와 홍콩 경찰의 입장을 공개 지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에프엑스 빅토리아 등은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오성홍기에는 14억 깃발 보유자가 있다’,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등 중국 정부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 중 엑소 레이는 예정된 홍콩 콘서트를 취소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홍콩이 부끄럽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오성홍기는 홍콩과 대만, 마카오가 중국에 속하며 합법적 정부는 중국이 유일하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뜻한다. 자의인지 타이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치 누가 시킨 것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공개 지지를 선언해 그 의도를 의심케 하는 상황.
이는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저격한 것이다.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에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지난 3월부터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국 본토에서부터 도망쳐 나온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이 중국 본토로 송환될 수 있다. 이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은 홍콩국제공항까지 점거, 해외에서 홍콩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향해 홍콩의 독립을 뜻하는 ‘광복홍콩(光復香港)’이라거나 시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시대혁명(時代革命)’ 등 궁극적으로 자유권 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간절하게 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과도하게 무력을 행사했고, 심지어 사복경찰들이 시위대 일부로 변장해 시위에 가세하는 척하면서 무자비하게 체포하는 일도 발생했다. 여기에 대규모 중국 군부대가 홍콩과 중국의 국경 지대인 심천 지역에 집결하는 장면마저 포착되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1997년 홍콩의 주권을 중국으로 이양한 당사자인 영국 역시 해당 사태에 대해 중국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화되고 있다. 당시 하나의 나라에서 두 가지 체제를 허용한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정책을 50년간 보장하기로 했으나, 현재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홍콩인들의 판단 역시 저항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막강한 영향력을 떨치는 중화권 출신 아이돌이 중국 정부를 공개 지지하자 논란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현재까지 지지를 선언한 아이돌은 두 자릿수를 훌쩍 넘는다. 에프엑스 빅토리아, 엑소 레이, 워너원 출신 라이관린을 비롯해 갓세븐 잭슨, 세븐틴 준과 디에잇, 우주소녀 미기, 선의, 성소, (여자)아이들 우기, 아이오아이 출신 주결경, 미쓰에이 출신 페이, 페이스타 출신 차오루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이 중 대만 출신의 라이관린과 홍콩 태생의 잭슨이 자국이 아닌 중국 정부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의아하게 보인다.
국제 사회가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력진압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도, 대놓고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중화권 출신 아이돌들.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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