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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10언더 박주영 "욕심 내려놓는 데 10년 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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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승 기회는 몇 차례 있었어요. 하지만 우승에 대한 욕심 때문에 민감해지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무너졌죠. 하던 대로만 하면 되는데 더 잘하려는 생각에 실수를 했어요. 그런데 이젠 달라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박희영(32)의 동생으로 잘 알려진 박주영(29·동부건설)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94번째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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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이 17일 열린 보그너MBN여자오픈 2라운드 13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밝은 표정으로 그린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박주영은 17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골프&리조트(파71)에서 열린 KLPGA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였다. 이틀 연속으로 5언더파 66타를 적어낸 박주영은 중간합계 10언더파 132타로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0년 KLPGA투어 시드를 따낸 뒤 지금까지 10년간 단 한번도 2부투어로 내려간 적이 없는 꾸준한 골퍼 박주영. 지금까지 준우승 두 차례와 '톱5' 8번에 이름을 올렸지만 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정교하던 아이언샷과 퍼팅이 최종라운드 우승 경쟁 앞에서는 늘 무뎌지곤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고 말한 박주영은 "잘 해서 우승을 꼭 하려는 욕심 때문에 자꾸 예민해지고 작은 움직임과 변화에도 민감해졌다. 자꾸 스윙에 대해 생각하고 머리속이 너무 복잡해져서 제대로 스윙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스스로 찾아온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박주영은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그 과정"이라며 "올해부터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최종라운드는 그저 흘러가는 하루라고 생각하고 남은 거리대로 핀을 보고 치고 해왔던 것 대로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날 경기 도중 쏟아진 폭우에 1시간 가량 경기가 지연되기도 했지만 박주영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특유의 파워 넘치는 아이언샷도 돌아왔다. "날씨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기분 좋게 먼저 끝낼 수 있어서 좋다"고 돌아본 박주영은 "비 때문에 그린 스피드를 잘 맞추지 못해 실수도 있었지만 샷이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올해 박주영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시즌 초반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에서 3위에 올랐고 이어 셀트리온 레이디스 8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금랭킹도 35위(1억958만2272원)로 시드를 잃을 걱정도 없다.

세계에서도 가장 치열한 투어로 손꼽히는 KLPGA투어에서 10년 동안 단 한번도 시드를 잃지 않은 박주영의 비결은 체력관리다. 박주영은 "매 라운드가 끝난 뒤 퍼팅 연습과 샷 점검을 하고 30분 이상은 꼭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려고 한다"며 "오전에는 주로 근육에 긴장을 주는 방법으로 하고 오후에는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방법으로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다"며 웃어보였다.

당연히 골프 선배인 언니 박희영의 존재도 큰 도움이 된다. 박주영은 "언니와는 종종 화상통화를 하며 서로의 일상을 나눈다"며 "골프 얘기는 잘 하지 않지만 서로 샷이 안될 때는 영상을 찍어서 같이 분석한다. 너무나 오래 본 사이라 우리는 서로의 작은 변화도 잡아낸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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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이 17일 열린 보그너MBN여자오픈 2라운드 13번홀에서 아이언샷으로 그린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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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박주영은 "언니가 결과적으로는 순위로 갈리지만 중요한 것은 필드에서 한 타 한 타 치는 것이라고 늘 얘기 한다. 스윙을 만들지 말고 느끼면서 늘 하던대로 쳐야 한다고 해서 내일 우승 욕심을 버리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양평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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