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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실 저 중독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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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 인터뷰

광주수영선수권, 한국 최고 성적

내년 도쿄올림픽 자동 출전권

무릎·허리 성치 않다면서도

“기술 배울 때 재미있고 뿌듯…

난 다이빙 중독자인가 봅니다”

힙합과 게임 즐기는 작은 거인

“매일 근육에 동작 새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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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한 듯 발달한 근육만 봐왔던 탓일까. 대표팀 셔츠를 입고 카페에 들어서는 그는 생각보다 작았다.

원래 다이빙 선수들 작냐고 묻자, 빙긋 웃는다. “제가 볼 땐 1m65에서 1m70 사이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다이빙은 짧은 낙하 시간 동안 고속 회전과 비틀기를 해야 한다. 키가 크면 동작이 역동적일 수는 있지만 고난도 기술을 펴기는 어렵다. 체격이 좋은 서양 선수들이 경영을 지배하지만, 다이빙에서는 1m68의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이 세계 톱 반열에 오른 배경이다.

지난달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박태환 이후’ 한국 수영의 우하람 시대를 선포한 무대였다. 3m 스프링보드 4위와 10m 플랫폼 6위는 역대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이다.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도 자동으로 확보했다. 주변에선 동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움을 표했지만, 우하람의 생각은 다르다.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수영대회에 처음 나갔을 때 쳐다보지도 못했던 선수들과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메달은 도쿄에서 따면 된다.”

부산 사직초등학교 1학년 때 수영을 시작한 그는 각종 유소년 대회와 소년체전 제패, 중학생 때 국가대표 발탁, 세계대회(2015년) 3m 스프링보드와 올림픽(2016년) 10m 플랫폼 한국 선수 첫 결선행 등 14년간 상승곡선을 그렸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에서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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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선수의 길은 고통이다. 1m에서 3m, 다시 5m, 7.5m에 이어 10m로 점프 높이를 끌어올릴수록 입수 때 충격은 크다. 머리 타격를 막기 위해 뻗은 손을 모으지만 물의 압력에 손바닥이 꺾이고, 박차고 뛰어오르는 것도 수만번 반복하니 무릎 관절과 허리 등 온몸이 성치 않다. 때론 물이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연습할만한 마땅한 수영장을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기술을 배울 때 재미있다. 반복해 훈련해 성공하면 뿌듯하고 즐겁다. 난 다이빙 중독자다.”

다이빙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수십 가지 동작을 갖춰야 한다. 10m 플랫폼의 경우 1~6라운드 점수를 합쳐 순위를 가리는데, 라운드별로 1군(앞으로 회전)~6군(물구나무)까지 6개 범주에 들어가 있는 세부 종목을 수행해야 한다. 순서는 바꿔도 각 그룹의 기술은 반드시 넣어야 한다. 그는 “처음 물구나무를 설 땐 비틀거리고, 중심도 못 잡았다. 한번 실수하면 2점, 두 번이면 실격이어서 죽을 힘을 다해 연마했다”고 회상했다.

세계 톱 선수들의 기술은 거의 비슷하다. 승패는 정신의 싸움에 달렸다. 경기 중 주변에 마음을 빼앗기면 실수가 나온다. 우하람은 다르다. 그는 “멘털은 자신 있다.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무(無)생각’이다. 광주세계대회 때도 순위는 의식하지 않았다.”

도쿄까지 1년, 우하람은 훈련계획을 다 짰다. 내년 3월 세계 1~8위가 출전하는 월드시리즈와 4월 월드컵은 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리허설이다. 김영남(23·국민체육진흥공단)과 호흡을 맞추는 싱크로나이즈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주말 여자친구를 만나는 짧은 휴식시간에도 휴대전화에 저장된 잘 된 동작의 영상을 틈틈이 돌려보는 것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서다. 21일 전주에서 개막하는 대통령배 전국수영대회는 몸 상태를 조절하기 위해 출전하지 않는다.

그는 “어려서부터 목표는 올림픽이었다. 남은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 뿐이다. 몸에, 근육에 내가 생각하는 동작을 매일매일 새기고 있다”고 했다. 힙합과 게임을 좋아하는 발랄한 20대가 ‘작은 거인’ 같다. 하남/글·사진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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