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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포커페이스 최강희 감독 웃게 만든 '짜릿한 복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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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롄 감독직서 사실상 경질된 후 중국 FA컵서 3:2 이겨 결승 진출

지난 19일 중국 다롄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선화와 다롄 이팡의 중국 FA컵 준결승전. 후반 24분 상하이의 키플레이어 지오반니 모레노가 김신욱의 도움으로 팀의 세 번째 득점을 기록하자 벤치에 있던 최강희(60) 감독이 환호했다. 그는 이어 미소를 지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상하이는 이날 3대2로 이겨 FA컵 결승에 진출했다.

조선일보

최강희 상하이 선화 감독이 19일 열린 다롄 이팡과의 중국 FA컵 준결승전 후반 24분 쐐기골이 터지자 웃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 /SPOTV


최 감독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로 유명하다. 팀 선수가 골을 넣든, 다쳐서 실려나가든 매번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탓에 팬들이 '얼굴 근육을 잘 못 움직이는 병이라도 있느냐'고 물을 정도다. 그런 그가 경기 중 웃으며 팔 동작까지 보이자 중국 현지 매체들도 이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티탄스포츠는 "모레노가 쐐기골을 넣자, 항상 화가 나 있는 듯한 '한국의 철인(鐵人)' 최강희가 보기 드물게 웃고 두 팔을 뻗으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은 그의 웃음이 다롄에 대한 '복수 성공' 덕분이라고 해석한다. 최 감독은 지난 7월 초 다롄 감독직에서 사실상 경질됐다. K리그 전북 현대를 명문팀으로 일궈낸 그는 지난해 톈진 취안젠 지휘봉을 잡으며 중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취안젠 그룹이 허위광고 논란으로 회장이 구속되는 등 공중 분해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지난 2월 다롄과 계약하며 도전을 이어갔으나 5개월 만에 성적 부진을 뒤로하고 물러나야 했다. 당시 다롄의 주요 선수들이 그를 따르지 않았다는 뒷얘기도 나왔다.

시나스포츠는 "최 감독은 옛 소속팀을 그들의 홈에서 무찔러 다롄 팬들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상하이 선화 팬들은 "그가 끝내 웃은 건 '날 해고한 팀을 꼭 탈락시키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날도 '대형 무기(大殺器)' 김신욱이 스승을 도왔다. 직접 득점하진 못했지만, 수비진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2도움을 기록했다. 텐센트스포츠는 "최 감독은 그 누구보다도 이 경기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그의 제자이자 같은 한국인인 김신욱이 그를 도왔다. 다롄의 수비수들은 그를 신경 쓰느라 다른 선수들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상하이는 11월과 12월 산둥 루넝과 FA컵 결승을 치른다. 한국 FA컵과 마찬가지로 중국 FA컵 우승팀엔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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