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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김현섭 8년 만에 찾은 동메달… 뒤늦은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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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 / 경보 男 20㎞서 아쉬운 6위 / 앞 순위자들 도핑 걸려 취소 / IAAF 지난 20일 수상 알려 / 포상금·관심 하나도 못받아 / 金 “현역 끝 순간 좋은 소식”

세계일보

2011년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손님들의 잔치였다. 한국이 ‘개최국 노메달’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대주로 꼽혔던 한국 경보의 간판 김현섭(34·삼성전자·사진)이 남자 20㎞ 결선에서 1시간21분17초로 6위에 머문 것이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이었다. 김현섭은 그 이후 열린 2013 모스크바, 2015 베이징 대회에서 각각 10위에 올라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3연속 톱10 진입이라는 이정표를 남겼다.

그래서 김현섭에게 대구는 아쉬움의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20㎞ 금·은메달 을 딴 발레리 보르친과 블라디미르 카나이킨(이상 러시아)이 2016년 과거 혈액샘플 추적 검사에서 금지약물이 적발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김현섭의 대구 대회 순위를 4위로 정정해 더욱 그랬다. 김현섭은 “묘한 기분이었다. ‘한 명만 더 도핑테스트에 걸려도 동메달인데’라는 아쉬움과 ‘4위만 해도 엄청난 성적’이라는 안도감이 교차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4위는 1993년 슈투트가르트 대회 남자마라톤 김재룡과 함께 역대 세계선수권대회 한국 선수 최고성적이었다.

그런데 대회 종료 8년 만에 또 하나의 반전이 일어났다. IAAF가 지난 20일 대한육상연맹에 “대구 대회 기존 3위였던 러시아의 스타니스라프 에멜야노프를 도핑 위반으로 적발했다. 김현섭이 동메달 수여 대상자가 된다”고 알린 것이다. 이에 따라 김현섭은 9월27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하는 2019 세계선수권대회 기간에 동메달을 전달받게 됐다.

이는 한국 선수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 탄생이라는 새 역사가 쓰여진 엄청난 소식이었지만 그 감동을 느끼기엔 세월이 너무 지났다. 당사자인 김현섭마저도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 직후 이 소식을 듣게 돼 말 그대로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실감이 안난다”며 웃었다.

하지만 메달의 영광을 맘껏 누리지 못하며 잃은 것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당시 받을 수 있었던 국민적 관심과는 멀어진 것이 제일 아쉽다. 또한 당시 대회 조직위원회가 걸었던 2000만원의 동메달 포상금도 조직위 해체로 사라져 버렸다. 가장 애석한 점은 김현섭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해져 이후 대회에서 더 좋은 성과를 냈을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도 김현섭은 “현역 생활의 끝을 향해 달리는 순간에 좋은 소식이 들려 영광이다. 한국 경보가 힘을 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행복해했다. 그리고 이 기쁨을 발판삼아 마지막 불꽃을 태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생애 마지막 세계대회를 준비하며 기쁜 소식을 들었으니 다시 톱10을 목표로 노력하겠다”며 21일 훈련지인 속초로 떠났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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