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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끝내 터트리지 못한 재능…류제국 그라운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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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류제국이 지난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류제국(36)은 박찬호의 영향으로 국내 특급 고교선수들의 해외진출이 이어지던 2000년대 초반 미국야구 도전에 나섰던 ‘재능덩어리’였다. 어린 나이에 이미 완성된 체격으로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졌고, 2001년 청룡기 준결승 9이닝 1실점 완투승 경기에서 20탈삼진을 만들어내는 등 자신의 무기를 실전에서 완벽하게 활용했다. 결국, 이런 모습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을 매료시켜 2001년 명문구단인 시카고 컵스와 160만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이는 당시 MLB 드래프트 1라운드급 선수와 맞먹는 계약금. 컵스 구단이 류제국의 재능을 얼마나 높게 봤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많은 야구팬들과 관계자들을 설레게 했던 이 재능은 끝내 꽃피우지 못했다. 이는 메이저리그를 떠나 한국야구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 결국, 류제국이 미완성의 재능만 남긴 채 그라운드를 떠난다. LG 트윈스는 23일 “류제국이 어제(22일)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면서 “지난해 허리 수술 이후 1년간의 재활을 거쳐 올 시즌 복귀하여 재기를 노렸으나 최근 몸 상태가 더 나빠져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류제국은 구단을 통해 “선수 생활 동안 팬 여러분께 과분한 사랑을 받은 점을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류제국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던 선수생활을 이어갔던 인물. 미국 진출 초반에는 꾸준히 가능성을 입증하며 순항하는 듯했으나 2003년 자신이 던진 공에 미국 천연기념물인 물수리가 맞아 죽은 사건으로 현지 여론의 많은 질타를 받은 이후 슬럼프에 빠졌고, 이후 팔꿈치부상까지 당하는 등 순탄치 않은 마이너리그 생활을 보냈다.

미국 진출 5년만인 2006년 드디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지만 빅리그 생활도 순탄치 못해 한 팀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다만, 여러 팀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거친 빅리그 팀만 탬파베이, 샌디에이고, 클리블랜드, 텍사스 등 5개. 우완투수에게는 쉽게 기회가 오지 않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류제국은 여러 팀이 육성에 도전해볼 만큼 탐나는 재능이었던 것. 하지만, 끝내 재능은 발현되지 못했고, 결국 메이저리그 28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7.49의 초라한 기록만 남기고 미국 야구 도전을 끝냈다.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LG에 입단한 뒤에는 입단 첫해 12승(2패 평균자책점 3.87)의 활약을 펼치며 드디어 한국 야구에 자리를 잡는 듯했다. 다만, 한국에서도 10승 이상의 성적을 딱 한번만 더 기록했고, 첫 해를 제외하고는 3점대 평균자책점을 만들지 못하는 등 기대만큼의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결국, 지난 21일 잠실 KIA전에 선발 등판해 2.2이닝 5피안타 3실점하고 조기 강판한 것을 마지막으로 KBO리그 통산 136경기 735.1이닝 46승 37패 평균자책점 4.66의 기록을 남기고 파란만장했던 선수생활을 완전히 마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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