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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포인트 없었지만… 감출 수 없었던 손흥민의 위력·이강인의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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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손흥민(왼쪽)이 2일 영국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리그 경기에서 상대 수비와 공을 다투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다. 그렇기에 골키퍼나 수비수가 아니라면 골을 넣어야 그라운드에서 빛을 발한다. 그러나 2일 영국 런던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에서 가장 빛을 낸 선수는 손흥민(27)이었다. 이날 그의 성적은 0골 0도움.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팀의 두 골 모두 시발점이 됐을 뿐 아니라 경기 내내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손흥민으로서는 부담이 클만한 경기였다. 지난 시즌 본머스와의 37라운드에서 퇴장을 당해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그는 지난달 26일 뉴캐슬과의 3라운드를 통해 이번 시즌 첫 경기를 치렀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토트넘의 앙숙인 아스널과의 홈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라 평소보다 훨씬 사나운 관중들의 야유 속에서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다. 일방적인응원 속에 토트넘 선수들도 다소 위축됐고 그런 가운데 경기 초반 아스널이 경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 흐름을 손흥민이 깼다. 전반 10분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따낸 뒤 거침없이 드리블을 하며 치고 나가다 전방의 에릭 라멜라(27)에게 절묘한 스루패스를 전달했다. 이 패스를 라멜라가 받아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지만 아스널 골키퍼 베른트 레노(27)가 아슬아슬하게 쳐냈다. 이때 흐른 공을 크리스티안 에릭센(27)이 왼발로 마무리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의 공격포인트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저돌적인 돌파와 환상적인 전진패스가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골이었다. 이 골로 초반 아스널에 분위기를 빼앗겼던 토트넘은 1-0으로 먼저 앞서나갈 수 있었다.

이후로도 과감한 돌파와 슈팅으로 아스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손흥민은 전반 막판 또 한골의 시발점이 됐다. 전반 39분 페널티 지역 왼쪽을 과감하게 파고들다 그라니트 자카(27)의 깊은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곧바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해리 케인(26)이 가뿐하게 오른발 슛을 꽂으며 토트넘은 2-0으로 한 발 더 달아났다.

다만, 아쉽게도 손흥민의 이런 활약이 팀 승리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아스널이 전반 추가시간 알렉상드르 라카제트(28)의 골로 따라붙었고, 이어 후반 26분 피에르-에메리크 오바메양(30)의 동점골까지 터지며 경기는 2-2로 균형이 맞춰졌다. 토트넘은 후반 34분 손흥민을 빼고 새로 영입한 지오바니 로 셀소(23)를 투입해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골은 더 나오지않았다. 결국, 당초 예상대로 치열했던 이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뒤 손흥민의 활약은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영국 ESPN은 토트넘 선수 중 손흥민에게 골키퍼 위고 요리스(33)와 함께 가장 높은 평점 8점을 부여하고 “경기 내내 가장 큰 위협 중 한 명이었다”고 극찬했다. ‘미러’도 손흥민에게 최고 평점 8점을 주며 “전반전 많은 역습을 이끌며 최고였다”고 호평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 선수이자 현재는 독설로 유명한 해설가인 게리 네빌은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손흥민의 플레이를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의 ‘현재’를 상징하는 손흥민이 그라운드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동안 ‘미래’인 이강인(18·발렌시아)도 남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같은 날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요르카와 라 리가 3라운드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던 후반 38분 교체로 올 시즌 처음 그라운드를 밟았다. 비록 출장시간은 10분 내외로 길지 않았고 공격포인트도 없었지만 투입 2분만인 후반 40분 중원에서 상대 수비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장거리 스루패스를 넣어주는 등 활약을 펼쳤다. 패스를 받은 막시 고메스(23)의 오프사이드로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이강인의 남다른 재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플레이였다.

이외에도 이강인은 끝날 때까지 중원을 휘저으며 특급 유망주로서의 가치를 마음껏 과시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마요르카는 후반 34분 최근 레알 마드리드 B팀에서 임대로 영입한 일본 유망주 구보 다케후사를 교체로 내보내 10여분 동안 스페인에서 ‘미니 한일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짧은 시간동안에도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준 이강인과 달리 구보는 4분여를 더 뛰었음에도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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