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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대호와 동갑 37세 단장 모신 롯데, 혁신인가 모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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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스카우트 출신, 역대 최연소

연봉 1위 최하위팀 큰 변화 예고

중앙일보

성민규(왼쪽) 롯데 신임 단장이 4일 사직구장에서 선수단과 상견례했다. [사진 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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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3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37)씨를 신임 단장에 선임했다. 12년 전 KBO리그 최초로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67·미국)를 영입했던 롯데가 또 한 번 파격 인선을 선보였다. 7월 19일 이윤원 전 단장과 양상문 전 감독이 동반 사퇴한 뒤 롯데 단장 자리는 공석이었다.

성민규 신임 단장은 만 37세로 KBO리그 구단 역대 단장 가운데 최연소다. 롯데 최선참인 투수 송승준(39)보다 두 살 아래이며, 베테랑 이대호·손승락·채태인과는 동갑이다. 대구상고(현 상원고)를 졸업한 성 단장은 홍익대를 중퇴한 뒤 뉴질랜드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클럽 야구를 하다가 기회가 닿아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오마하캠퍼스)에 입학했다. 2006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KIA에 입단했지만, 1년 만에 팀을 떠났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팀 코치가 됐다. 성 단장은 코치 시절 이대은(KT)·김동엽·이학주(이상 삼성)·나경민(롯데)·하재훈(SK) 등을 지도했다. 이후 스카우트로 보직을 바꿔 아시아 지역을 총괄했고,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단장은 프로구단 현장 프런트 오피스의 수장이다. 두 달 가까이 단장직을 비우는 건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0개 구단 단장이 참석하는 실행위원회 회의도 나가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2차 신인 드래프트 때도 스카우트팀과 대표이사 직속 편성전략 태스크포스팀 주도로 선수를 뽑았다. 공필성 감독대행도 이대호 등 베테랑 선수 기용을 비롯한 선수단 운영과 관련해 어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후임 단장 인선작업은 신중하게 진행됐다. 구단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성민규 단장도 구단과 첫 접촉을 한 지 한 달 가까이 돼서야 최종 선임됐다.

롯데가 성민규 단장을 선택한 이유는 ‘변화’다. 처음부터 롯데는 구단 내부보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롯데는 올 시즌 연봉 전체 1위인데도 성적을 내지 못했다. 시선을 육성 전문가 쪽으로 올렸다. 국내외 구단 스카우트 관련 책임자들을 면접했다. 그리고 결국 메이저리그 구단에 근무하며 선수 선발에 육성 등에 참여했던 성 단장을 적임자로 봤다. 선수 출신이라 현장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종인 사장은 “반복된 성적 부진과 기대 이하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 분명한 방향성과 전략에 맞춰 팀을 빠른 속도로 혁신할 것”이라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롯데의 깜짝 변신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07시즌(8개 구단 시절) ‘비밀번호(8-8-8-8-5-7-7위)’라는 놀림을 받으며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는 2007시즌이 끝난 뒤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로이스터 감독을 선임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부임 첫해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끌면서 ‘꼴찌’ 이미지를 벗기는 데 성공했다. 재임 기간(3년) 우승은 못 했어도 부산의 야구 열기에 다시 불을 지폈다.

다만 성적을 책임지는 감독과 달리 단장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을 바라봐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KBO리그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단장 선임은 큰 모험일 수 있다. 성민규 단장은 구단을 통해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잠재력 있는 우수 선수 스카우트, 과학적 트레이닝, 맞춤형 선수 육성 및 데이터 기반의 선수단 운영 등에 집중하겠다. 또 팀에 메이저리그 운영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4일 선수단 상견례로 업무를 시작한 성 단장은 “실패하더라도 과정을 통해 팀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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