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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제너럴 아닌 스페셜의 갈증…롯데 37세 단장 선임, 파격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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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성민규 롯데 신임 단장이 4일 사직야구장에서 공필성 감독대행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직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제너럴’이 아닌 ‘스페셜리스트’의 갈증.

롯데가 만 37세에 불과한 성민규 신임 단장을 파격적으로 선임한 궁극적인 이유다. 성 단장은 첫 출근 날인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을 앞두고 라커룸을 방문해 공필성 감독 대행을 비롯해 선수단과 상견례를 했다. 이어 2군 선수단이 있는 김해 상동구장으로 이동하는 등 팀 재건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롯데는 지난 7월 19일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동반 퇴진한 뒤 48일 만에 새 선장을 앉혔다. 그간 팀이 감독 대행 체제로 탈꼴찌 싸움을 벌이고 차기 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치르는 등 숨가쁜 행보에서 컨트롤타워인 단장이 없어 선수단 운영과 정책 결정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종인 사장을 중심으로 전임 감독-단장 체제서부터 뜻을 모은 ‘육성 기조’를 확고히 했고 급한 불을 꺼왔다. 내부 인사 승격 얘기도 나왔지만 육성 기조라는 화두를 최우선에 두면서 외부 인사로 가닥을 잡았다. 팀 체질 개선과 미래 지향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이바지할 ‘전문성’을 지닌 인사가 후보군에 올랐다.

KBO리그는 타 종목보다 구단 프런트 이직률이 낮은 편이다. 롯데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삼성과 더불어 한 번도 팀 이름을 바꾸지 않은 전통의 팀이다. 역시나 주요 인력이 여러 보직을 순환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야구 트렌드가 데이터 야구로 바뀌고 프런트와 현장의 균형 있는 소통이 중시되는 흐름에서 롯데는 구시대적인 행정으로 비판받았다. 결국 제너럴리스트에만 초점을 두면서 스페셜리스트 배출엔 소홀했다. 자연스럽게 전력 극대화나 미래 자원 확보 실패로 이어졌다. 최근 몇 시즌엔 한 시즌 농사에서 중요한 경쟁력인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데 실패를 반복했다. 롯데는 지난 2010~2012년까지 선수로 뛴 라이언 사도스키를 2015년부터 해외 스카우트로 활용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 시즌 역시 제이크 톰슨, 카를로스 아수아헤 등 투타 새 외인은 시즌 도중 짐을 쌌다. 대체자인 제이콥 윌슨도 초반 반짝 활약한 뒤 최근 이렇다 할 모습이 없다.

롯데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외인 영입 성과가 미진하나 여전히 구단 내부엔 능력 있는 외인을 검증하거나 정보를 취합할만한 인물이 적다. 한마디로 사도스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톰슨 대신 ‘영입 1순위’로 점찍고 먼저 협상한 헨리 소사를 어이없게 SK에 내준 것 역시 롯데가 얼마나 안일하게 영입전에 나서고 전략을 꾸리는지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성 단장은 롯데의 결점을 메울 스페셜리스트다. 애초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코치를 하다가 남다른 데이터 활용법을 인정받아 스카우트로 보직을 옮긴 뒤 올해까지 아시아 총괄 스카우트이자 선수 트레이드 최종 검증을 하는 스페셜 어사인먼트 스카우트를 맡았다. 여기에 지난 2011년 컵스 사장으로 부임한 테오 엡스타인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팀의 리빌딩 과정을 지켜봤다. 그의 증명된 이력은 팀 체질 개선과 선진적인 스카우트 시스템 구축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 만하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성 단장을 향한 기대와 우려 시선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번 신임 단장 선임건은 이례적으로 김 사장이 사실상 독자적으로 추진해 ‘OK’ 사인을 내렸다. 성 단장은 야구 본고장에서 코치와 행정 경험을 했지만 프런트 수장인 단장은 처음이다. 최상위리그 경험 역시 전무하다. 오가는 판이 다른 규모에서 역량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또 단장은 국내 야구계를 넘어 다양한 인사와 네트워크를 지녀야 하는데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즉 사장 등 윗선과 분리돼 얼마나 뜻을 펼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여기에 김 사장은 신임 단장 중심으로 재정비 목소리를 내면서도 “3년 내 우승권에 근접하겠다”면서 시기 역시 강조했다. 실제 성 단장과 롯데는 3년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안에 두드러진 결과가 없다면 또 한 번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성 단장이 연착륙하기 위한 첫째 요소는 외국인 선수 영입과 맞닿아있다. 자신의 전문성이 가장 확실하게 담긴 스카우트 분야에서 차기 시즌 확실한 결과를 낸다면 그 외에 추구하는 팀내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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