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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인터뷰] ‘오세연’ 박하선 “비 오면 생각날 드라마, 대본이랑 연애하는 기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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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연’은 박하선이 결혼과 출산이란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은 후 3년 만의 복귀작이었다. 제공ㅣ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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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오랜만에 후유증이 큰 작품이에요. 집에서 멍 때리고 있으면 가슴이 쓰라릴 것 같아 그동안 책도 보고 염색도 하고 오늘처럼 나와 인터뷰도 하고 있어요.(웃음) 뭔가 벗어나긴 해야 하는데, 벗어나기엔 아쉽기도 하네요.”

배우 박하선(31)의 얼굴엔 아쉬움과 함께 기대감이 묻어났다. “비 오면 한 번씩 생각날 것 같다”며 “그동안 여름이면 ‘혼술남녀’가 생각났는데, 이젠 이 작품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그는 최근 종영한 채널A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하 ‘오세연’)을 “인생작을 넘어 평생작”이라 표현했다. 아직도 해야 할 작품이 많은데, 너무 후한 점수를 주는 건 아닌지 물었다.

“안 그래도 (그 말 때문에) 욕 많이 먹었어요. 제가 인생작이라 얘기한 것은 시청률 0%대가 나왔는데도, 현장 분위기가 다운되지 않고 너무 좋은 거예요. 어디 가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작업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감독님부터 작가님 모두 다들 가정적인 사람들인데, 가정적인 사람들이 만나서 불륜 드라마를 만든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죠.“

‘오세연’은 박하선이 결혼과 출산이란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은 후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었다. “최선을 넘어 최고를 보여주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다”는 그는 “예쁘단 말 보다 잘한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은데, 연기하면서 잘한단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며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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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은 ‘오세연’에서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남편 진창국(정상훈 분)과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결혼 5년차 주부 손지은으로 열연했다. 제공ㅣ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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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은 ‘오세연’에서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남편 진창국(정상훈 분)과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결혼 5년차 주부 손지은으로 분했다. 한층 더 깊고 풍부해진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깊숙이 스며들었고, 특히 윤정우(이상엽 분)와 금기된 사랑에 빠지며 애틋한 행복과 처절한 고통 사이를 오가는 심리적인 갈등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박하선은 “아줌마들이 남편 몰래 보는 드라마라고 하더라. 여자들이 날아다니는 드라마였으니 남자들은 좀 불편했을 것이다. 유부녀들에게 문자가 그렇게 오는데, ‘정신차려라 현실에선 정우 같은 사람 없다’고 답장을 해줬다”며 웃었다.

“대본이랑 연애하는 기분이었죠. 대본이 너무 좋아서. 작가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계속 읽었어요. 집에서 ‘너는 배우가 아니라 국장을 했어야 해’ 그럴 정도로 이번엔 시청률표도 찾아서 봤어요. 3% 넘어야 하는데 예민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아침 8시에 시청률이 나오는데 그 전부터 기다렸어요. 그 다음엔 ‘덕후’로 가요. ‘덕후’ 보고 실시간 톡 보고, 인스타 DM 보고. 이번에 DM이 그렇게 왔어요. 업계 관계자들, 몇몇 여배우들이 ‘잘 보고 있다’고 연락이 왔어요. 주변 남자배우들 중 섬세한 분들도 ‘너무 잘 보고 있다’고. 하루는 ‘제발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해주세요. 안 그러면 수능을 못 볼 것 같아요’란 시청자 반응이 있었는데, 아줌마들이 우르르 댓글을 대신 달아주더라고요. 0%에서 2%대로 오르는 게 외부에선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시청자들이 올려준 거나 다름 없어요.”

박하선은 “‘손지은’이란 인물에 많은 공감을 했다. 그래서 평소 모습을 살린 자연스러움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면서 “장면도 장면이지만 내레이션, 대사들이 굉장히 사무쳤던 것 같다. 너무 울컥해서 내레이션 따기가 힘들었던 적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불륜 드라마’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불륜 드라마다. 그걸 전면으로 내세운 작품이다”고 얘기한 후 “불륜을 하면 이렇게 망가지고 처절하게 사람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고... 죽을 만큼 힘들 수 있어 하는 작품 같았다. 그래서 갈수록 더 드라마 같았다”고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머리까지 잡히면서 ‘정우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난 못하겠다’ 하기도 했다”며 “사회적, 도덕적인 책임감을 갖고 연기했다. 너무 세지도, 스킨십이나 베드신 쪽으로 가려 하지도 않았다. 마지막 별장신도 키스신 한번 안 찍었다. 혹시나 불편해할까봐”라고 강조했다.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쉽게 선택하지 못 했을 작품. 캐스팅 과정에서 들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꺼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직도 이혼녀든 불륜녀든 유부녀든 ‘우린 미혼 배우와 하고 싶다’는 분위기가 있어요. 최종까지 갔다가 안 된 적도 몇 번 있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아닌 화가 났는데, 이번 감독님께서는 ‘당신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가 없었다면 당신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울컥울컥 했죠. 너무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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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이랑 연애하는 기분이었다”는 박하선은 “인스타 DM이 그렇게 왔다”며 웃었다. 제공ㅣ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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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이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끝내기까지 남편 류수영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남편이) 저보다 먼저 일본 원작을 찾아봤다. 너무 잘 어울릴 것 같고 좋을 것 같다고 쿨하게 반응 해줘 편하게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드라마 방영 기간 중 남편 류수영의 반응을 묻자 “몰래 보긴 다 본 것 같은데, 유독 잘해주더라. 느낀 게 많았나보다”며 웃었다.

“‘생각보다 네가 젊고 예쁘구나’ 그러더라고요. 제가 ‘이제야 알았어?’ ‘미친 거 아니야?’ 했죠. 렌즈를 정말 좋은 거 써주셨어요. 어릴 때 빼고 최고로 잘나왔어요. 조명감독님이 조명판 5개 걸고 사활을 걸고 찍으셨거든요. 카메라 감독님은 제가 못생긴 각을 미친 듯이 아시더라고요.”

박하선은 30대가 되면서 “편하고 채워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혼술남녀’ 때부터 일을 되게 재미있게 했다. 30대가 되면서 어른 대접도 해주시고 책임감도 더 생겼다“는 것.

“저도 도도하고 섹시한 거 할 수 있어요. 그 느낌 아니까. 근데, 안 시켜주는 거예요. 생각보다 착하지 않고 못된 것도 잘 할 수 있는데. 데뷔부터 지금까지 편견을 넘기 위해서 애썼던 것 같아요.”

'오세연'에서 불륜 상대로 호흡을 맞춘 이상엽은 인터뷰 때 배우 박하선의 털털함과 깨방정을 안다면 놀랄 것이라고 했다. ‘덤앤더머’ 남매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고 싶단 바람도 드러냈다.

박하선 역시 “예능을 너무 좋아한다. 열려 있다. 온전한 저로 표현할 수 있는 예능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도시어부’에 출연한 경험을 떠올리며 “아마존을 정말 가보고 싶은데, 가게 된다면 불러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 예능은? 고개를 흔든다. “부담스러워서. 요란스럽지 않게 잘 살고 싶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차기작은 아마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일이 너무 재미있을 때 일을 쉬게 돼서… 많이 하고 싶어요. 원래 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 쉬는 걸 싫어하는 애가 2~3년을 쉬었으니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요.”

happ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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