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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패럴림픽 메달 ‘욱일기’ 형상화…한국 항의에 IPC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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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 경기장 반입 우려에 “금지 규정 없다 ”손놓아

IOC도 미온적인 대처

정부, 대외 여론전 예정

일본 정부와 2020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전범기’인 욱일기를 대회 기간 현장에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의 적극적인 반대를 중심으로 중국도 가세하며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개최국 일본의 눈치를 보며 욱일기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들어 열린 도쿄 올림픽 선수단장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욱일기 사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는 잇달아 욱일기 문제를 국제무대에서 공론화하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11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욱일기 사용 금지를 요청하는 정부 차원의 공식 서한을 보냈다. 문체부는 장관 명의의 서한에서 IOC에 욱일기에 대한 도쿄 올림픽 조직위 입장에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며 욱일기 사용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사용 금지를 요청했다. 이어 12일에는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도쿄에서 열린 패럴림픽 선수단장 본회의에서 다시 욱일기 문제를 제기했다. 회의에 참석한 중국장애인체육회 담당자도 “패럴림픽은 국제스포츠 행사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가 대회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며 한국의 문제 제기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도쿄 패럴림픽에서는 욱일기를 형상화한 메달까지 채택해놓고 있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은 “(욱일기가 연상된다는 메달은) 디자인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또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 금지를 요구하는 한국 측 문서를 받았다”면서도 “정치와 스포츠를 혼동해선 안된다. IPC는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하는 특별한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스포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치 개입 문제는 국제스포츠계에서 막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등은 욱일기를 정치적 메시지가 있는 선전물로 보고 사용을 철저히 금하고 있다. AFC는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일본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관중들이 욱일기를 내걸어 구단 측에 1만5000달러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IOC와 IPC는 욱일기 문제 제기에 대해 명확한 규정과 방침이 없는 상태라며 미온적 반응에 그치고 있다.

아직 세계적으로는 욱일기가 전범기로 인식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IOC와 IPC에 계속 욱일기 사용 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힘을 모아 여론전을 펼칠 예정이다.

민간 차원에서도 노력이 이어진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바흐 위원장을 비롯한 205개국 IOC 위원 전원에게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 응원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욱일기는 과거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라는 뜻을 담은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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