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출처 | 토트넘 인스타그램, 스포츠서울 DB |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1인2역’을 완벽히 소화하고 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골잡이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5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크리스털 팰리스와 5라운드 홈 경기가 대표적이다. 토트넘은 안방에서 4-0 대승을 거뒀는데, 손흥민은 여기서 시즌 1,2호골을 한꺼번에 터뜨리며 팀 승리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두 골 모두 손흥민이 완벽한 마무리로 만들어낸 득점이라는 게 더 중요했다. 전반 10분 하프라인 뒤에서 토트넘 수비수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길게 찬 것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있던 손흥민을 향했다. 그는 우선 볼을 안정적으로 트래핑한 후 수비수를 제치며 왼발 슛, 고대했던 새 시즌 첫 골로 완성했다. 토트넘이 2-0으로 앞선 전반 23분엔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바로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볼이 원정팀 골망을 흔들면서 13분 만에 2호골로 이어졌다. 공격포인트로 기록되지 않은 팀의 두 번째 골과 4번째 골도 손흥민의 패스에서부터 시작되는 등 그는 이날 4득점에 모두 관여했다. 그야말로 해결사였다.
새 시즌 손흥민은 다소 늦게 시즌 출발선에 섰다. 2018~2019시즌 37라운드 본머스전에서 퇴장당한 뒤 받았던 3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이번 시즌까지 적용되며 개막전과 2라운드에 결장했다. 3라운드 통해 복귀전을 치른 이후 연이어 선발 출격하고 있으나 골맛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날의 선전을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 영국 현지 언론이 선정한 크리스털 팰리스전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올리며 반등에 나섰다. 특유의 몰아넣기 능력으로 자신에 대한 우려를 단번에 지워냈다.
반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의 손흥민은 다르다. 그는 혼자 빛나려고 하지 않는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뛰며 플레이메이커로서 동료 선수들 공격 작업을 지휘하고,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까지 내려오며 적극적으로 상대 역습 저지에 가담하는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헌신하는 손흥민의 진짜 가치는 지난 10일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투르크메니스탄과 1차전 원정 경기 승리(2-0)에서 확인된다. 손흥민은 한국이 1-0으로 간신히 앞서던 후반 28분 홈팀이 역습을 감행하며 기회를 노릴 때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를 상대로 후방까지 내려와 어깨 싸움을 하고 볼을 끊어냈다. 6분 뒤엔 측면에서 패스를 받아 정면으로 돌아서려던 찰나 수비수가 거칠게 몸싸움 들어와 쓰러졌다. 그가 넘어진 자리에서 얻은 프리킥으로 한국은 꼭 필요했던 쐐기골을 얻어냈다. 정우영이 기가 막힌 오른발 프리킥으로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은 이날 승부가 기운 후반 44분에서야 첫 번째 슛을 시도했다. 비록 불발됐으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한 손흥민 덕분에 한국은 기분 좋게 10월 스리랑카와 홈 경기, 북한과 평양 원정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손흥민은 지난 6월 국내 두 차례 평가전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잘하는 것 보다는)선수들을 편안히 해줘 그들이 더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임무”라고 했다. 벤투호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뛰는 그의 각오가 잘 나타나 있다. 그는 9월 2연전에서 자신과의 약속을 헌신적인 플레이로 잘 담아내고 있다.
크리스털 팰리스전과 투르크메니스탄전은 닷새 간격을 두고 열렸다. 한국까지 장거리를 오간 것은 아니었으나 비행시간과 시차 등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악조건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든 일정이었다. 손흥민은 벤투호에서는 살림꾼으로, 토트넘에서는 해결사로 모두 최상의 시나리오를 써냈다. 대표팀과 소속팀의 간극 속 ‘손흥민의 두 얼굴’이 더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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