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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특별기고] 지방체육 고사위기, 초가삼간 태우는 체육진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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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그랜드볼룸. 대한체육회 창립 99주년 기념식 겸 이기흥 IOC위원 선임 축하연이 다 끝나갈 무렵, 마침 단상에 있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동섭 의원(바른미래당)이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제가 체육은 체육인들이 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체육에서 손을 떼게 했습니다.” 태권도 9단으로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 당 비례대표 13번으로 당선,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이 힘찬 목소리로 일갈했으나 1000여 하객의 반응은 ‘별로’였다. 이 의원은 지난해 전국 시도 지사와 시군구청장이 지방자치단체 체육회장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장본인. 그는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고 싶었겠지만 참석자들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 이유는 간단하다.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의 입법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동안 지자체의 예산, 시설 등에 의존해온 지방체육회의 존립을 위한 조례 제정, 법인화 작업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

논란은 지난해 12월27일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이 20여개의 법안과 함께 일괄 상정돼 무더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비롯됐다. 이동섭 의원이 국민체육진흥법 43조에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228개 시군구청 등 245개 지방자치단체장이 해당 지자체의 체육회장 겸직을 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은 오는 11월 16일부터 2020년 1월15일 사이 민간인 체육회장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의 예산 지원과 시설을 사용해왔던 지방체육회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9월2일 진천선수촌에서 제 27차 이사회를 열고 개정 국민체육진흥법 시행을 위한 지자체 체육회장 선거 지침을 확정, 산하 지방체육회에 시달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는 선거인단 가운데 500명 이상을 무작위로 추첨, 투표에 참여케 하며 나머지 15개 시도는 인구수에 따라 200~500명까지의 선거인단을 구성하도록 했다. 또 시군구청의 체육회장 선거는 50~200명까지의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올 연말연시 온 나라가 체육회장 선거 열풍에 휩싸이면서 혼란과 비방 등의 난무가 예상되고 있다.

예산지원 끊기면 실업팀 해체 대회 폐지 우려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장기적으로 볼 때 지방체육의 자생력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방체육의 현실은 어떤가. 지자체 단체장들의 예산지원과 지자체 체육시설 활용이 없이는 지방체육의 발전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불가능한 상황. 더욱이 연말연시 선거를 통해 현재 지자체를 맡고 있는 단체장의 경쟁자가 체육회장에 당선되면 지방체육회에 예산을 지원할 지자체 단체장은 없다고 봐야한다. 이럴 경우 우선 지방체육회 등 체육단체 예산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 체육단체는 지자체로부터 예산의 95%이상을 지원받는다. 지자체 단체장이 당연직 체육회장이기 때문이다. 체육시설도 지금처럼 체육단체가 쉽게 사용하기 힘들게 된다. 설사 지자체가 시설은 그대로 쓰게 해주더라도 사용료를 올려 받는다면 그 부담은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밖에 지자체 소속 운동부도 축소되거나 해체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대학과 중고스포츠의 위축과도 직결돼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포츠 관계법령 전문가인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대희 박사는 “지방 체육단체는 지자체의 지원이 끊길 경우 예산, 시설, 인력의 안정적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 지자체의 조례제정, 체육단체 법정 법인화 등 후속조치 마련을 위한 유예기간의 설정이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글:이종세(대한언론인회 부회장 · 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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