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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역적에서 영웅으로…페테르센 `반전의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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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유럽팀 우승을 확정하는 퍼팅에 성공한 페테르센이 기뻐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솔하임컵 유럽팀 단장인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추천 선수로 뽑았을 때 '38세 노장'의 활약을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 13개월 전 아이를 낳고 부상을 겪으면서 세계랭킹 635위까지 떨어진 페테르센의 출전은 최근 2연패를 당한 유럽팀의 '얼굴 마담' 정도 역할로 여겨졌을 뿐이다. 지난 18개월 동안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두 번은 컷 탈락하고 한 번은 공동 59위에 머무는 등 그의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특히 페테르센은 4년 전인 2015년 솔하임컵에서는 스포츠맨십 '비매너 논란' 당사자로 곤욕을 치렀다. 포볼 경기에서 재미동포 선수인 앨리슨 리가 버디 퍼팅에 실패한 뒤 50㎝도 채 되지 않은 공을 당연히 컨시드를 받았다고 생각해 집어 들었는데, 페테르센이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그 홀에서 비길 것을 패하게 된 앨리슨 리가 울음을 터뜨리면서 미국팀 선수들 의욕을 자극했고, 반대로 유럽팀 선수들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결국 페테르센의 행동은 유럽팀에 역전패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

그렇게 솔하임컵은 페테르센에게는 악몽의 대회로 끝나는 듯했다. 2년 전 솔하임컵 때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페테르센을 대신해 출전 기회를 잡았던 매슈가 이번에는 단장이 돼 페테르센을 와일드카드로 뽑아주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퍼드셔의 글렌이글스 호텔 골프장 PGA 센터너리 코스(파72)에서 끝난 유럽과 미국 간 여자골프 대항전 솔하임컵 최종일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패색이 짙던 유럽팀에 반전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12개 싱글매치 중 10번째 조 경기만 남은 상황에서 유럽팀은 기어이 '13.5대13.5'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제 솔하임컵에만 9번째 출전한 백전노장 페테르센과 미국팀의 마리나 알렉스 간 결과만 남았다.

둘은 17번홀까지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18번홀(파5)까지 대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이 홀에서 알렉스가 3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실패한 반면 페테르센은 2m 조금 넘는 버디 퍼팅을 성공하고 최종 스코어를 14.5대13.5로 만들며 유럽팀 승리를 확정한 주인공이 됐다. 유럽팀으로서는 2013년 이후 6년 만에 솔하임컵에서 우승한 것이다. 페테르센은 대회 첫째 날 포볼 경기에서도 아너 판 담(네덜란드)과 짝을 이뤄 미국 대니얼 강·리젯 살라스를 4홀 차로 제압했다.

올해 솔하임컵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던 페테르센은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완벽한 마무리다. 나의 프로선수 인생을 이보다 더 좋게 끝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감격 어린 소감을 밝혔다.

줄리 잉크스터 미국팀 단장은 "수잔이 그 퍼트를 넣었을 때 놀라지 않았다. 우승이 달린 퍼트라는 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왜 수잔인지 보여주는 인상적인 퍼트였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역적'이었던 페테르센이 악몽과도 같았던 솔하임컵에서 '영웅'으로 대변신하면서 아름다운 은퇴를 하게 된 것이다.

이날 재미동포 선수들은 부진했다. 대니얼 강은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에게 패했고, 애니 박은 셀린 부티에(프랑스)에게 승점을 내줬다. 반대로 미국팀의 자매 에이스 중 '언니' 제시카 코르다는 카롤리네 마손(독일)을 꺾었고, '동생' 넬리 코르다도 카롤린 헤드발(스웨덴)을 제압했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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