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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공포의 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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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회전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투샤오위 五단 / 黑 김지석 九단

조선일보

〈제2보〉(15~24)=투샤오위(屠曉宇)는 성(姓)이 전달하는 느낌이 워낙 강렬해 쉽게 잊히지 않을 기사다. 도(屠)라는 한자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죽이다'이다. 도축(屠畜) 도살(屠殺) 도륙(屠戮) 등에 사용된다. 우리 성씨 명부에선 눈에 안 띄는 걸 보면 완전한 중국 성씨다. 평생 반상(盤上)의 상대 돌을 멸살시켜야 할 승부사로서 오히려 축복의 성을 타고났다고 해야 할까.

백이 △로 뛴 장면. 흑도 '가'는 싱겁다고 보고 15, 17로 우변을 압박하고 나선다. 17로는 한 칸 더 '나'로 뛸 수도 있었다. 참고 1도 17까지가 예상되며 이것도 한 판의 바둑이다(9…▲). 18까지 저위(低位)를 강요한 뒤 19로 뛰어들었다. 하변 백진을 갈라쳐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백은 침입자에 대한 공격을 서둘지 않고 20, 22로 정비에 나선다. 전형적인 공피고아(攻彼顧我·상대방 공격에 앞서 자신부터 돌본다)의 수법이다. 그런 뒤 8분의 숙고 후 24의 급소를 찔러갔다. 참고 2도가 백의 주문. 도륙을 노린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나고 있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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