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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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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NOW] 투수는 삼진 기계, 타자는 헛스윙 적어… 휴스턴의 '삼진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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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양키스와 승률 공동선두, 신흥 강자 애스트로스의 비결

'삼진 달인' 콜·벌랜더 영입하고 삼진 당하는 비율 10%에 그친 외야수 브랜틀리와 FA 계약

MLB 30개 구단 중 탈삼진 1위… 타선에선 삼진율 18.3%로 최저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10여년간 미 프로야구(MLB)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최근 3년은 180도 다르다. 애스트로스는 2017년에 창단 55년 만에 처음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엔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올해도 17일 현재 98승53패(승률 0.649)로 뉴욕 양키스와 함께 MLB 전체 승률 공동 선두를 달린다. AL 서부지구 우승까지 매직 넘버 '4'를 남긴 애스트로스는 올해도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다.

미국 현지에선 애스트로스의 성공 비결 뒤엔 '삼진(三振) 혁명'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스트로스의 비밀 무기는 엄청난 수의 탈삼진, 그리고 삼진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삼생삼사(三生三死)가 답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같다. 투수 입장에서 상대 타자에게 삼진을 빼앗고, 반대로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나지 않는 건 분명히 긍정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스트로스는 이 지표를 더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올 시즌 애스트로스 투수진은 전체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삼진(1547개)을 잡아냈다. 상대팀으로부터 얻어낸 아웃카운트 중 삼진 비율도 27.6%로 1위다. 반면 타선의 삼진율은 18.3%로 가장 낮다. MLB 평균 삼진율은 23% 정도. 바꿔 말하면 애스트로스 마운드엔 '삼진 머신'이 많고, 타석엔 '공갈포'가 적다는 얘기다. WSJ에 따르면 한 팀이 리그에서 가장 높은 탈삼진율, 가장 낮은 삼진율을 동시에 작성하는 건 1913년 이후 처음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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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트로스는 제프 러나우(53) 단장이 부임한 2011년부터 데이터·통계 기반의 야구를 본격 도입했다. 그러고는 삼진이 강팀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지표라고 결론 내렸다. 이유가 뭘까. 예컨대 수비 입장에서 땅볼이나 뜬공은 실책 등의 변수가 따른다. 아무리 수비가 견고한 팀이라도 한 시즌 수십 개의 실책을 저지른다. 하지만 탈삼진은 그런 변수 자체를 없앤다. 러나우 단장은 삼진을 '투수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타자는 범타를 치고도 상대 실책으로 진루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삼진을 당하면 그걸로 끝. 작은 가능성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맞춤 영입·훈련으로 결실

애스트로스는 '삼진 혁명'을 이루기 위해 그에 맞는 선수 영입에 전력을 기울였다. 현재 AL 탈삼진 부문에서 나란히 1·2위를 달리는 게릿 콜(292개)과 저스틴 벌랜더(275개)의 합류가 대표적이다. 둘은 매 경기 평균 탈삼진 9~10개를 잡아낸다. 애스트로스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출신의 외야수 마이클 브랜틀리와 2년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 2009년 빅리그에 데뷔해 10시즌 통산 삼진율이 10%에 그친 그의 정교한 타격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투수의 볼 배합도 수정했다. 콜은 2017년 13.1%였던 싱커 구사율을 올해 2.8%로 줄이는 대신 커브 비중을 높였다. 땅볼을 유도하는 싱커를 줄이고, 헛스윙을 유발해 삼진을 잡는 데 효과적인 커브를 더 많이 던진 것이다. 애스트로스 전체 투수진은 최근 수년간 포심 패스트볼, 커브 등의 비율을 늘렸다.

타자들은 타격 연습 때도 패스트볼, 다양한 변화구를 받아치며 삼진을 최소화하는 훈련을 한다. 애스트로스는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팀 타율 2할이 넘는 유일한 메이저리그 구단(0.204)이다. 2위 양키스(0.189)와 차이가 크다. 삼진 아웃당하지 않기 위해 타석에서 그만큼 필사적으로 상대 투구를 공략한다는 방증이다.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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