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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흔들림 없는 품격…그리고 모범, 양현종은 시종 ‘에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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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시즌 그가 보여준 가치

경향신문

KIA 투수 양현종이 지난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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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부진 ‘혹사 논란’에 “내 탓”

무거운 책임감으로 피나는 노력

극적 부활, 감독·코치에 공 돌려

전 구단 팬들에게 큰 ‘힐링’ 선물

지난 4월 말, 양현종(31·KIA)은 기자에게 인터뷰를 먼저 청했다. 개막 후 5경기에서 4패를 당한 채 방어율이 치솟고 있던 때였다. 에이스의 부진은 팀의 추락으로 직결됐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진 데 따른 후유증이라는 추측들로 양현종보다 KIA 코칭스태프에게 상상 못할 비난을 던졌다.

당시 양현종은 “지금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내가 준비를 잘못해서지 아파서가 아니다. 부진해서 팀에 미안해 죽겠는 상황이다. 더 이상 혹사라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모두에게 부탁했다. 이후 원색적인 비난은 양현종에게도 쏟아졌다.

양현종이 자신을 ‘걱정’해주는 목소리에 굳이 사실을 짚고 바로잡으려 했던 이유는 에이스로서 책임감 때문이었다. 자신의 부진으로 팀 분위기 자체가 흔들리는 지경까지 오자 매우 큰 자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양현종은 시즌 초반 선배 타자들에게 수없이 질문을 했다. 직구 구속을 회복할 때까지 변화구와 구속 차를 줄이기 위해 완급을 조절하고, 릴리스포인트를 조정해보고, 매일 전력분석팀과 이야기하며 ‘정상’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양현종은 20승을 거두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2017년보다 오히려 더 놀라운 시즌을 만들어냈다. 4월의 부진은 완전히 씻어내고 16승과 함께 평균자책 2.29라는 데뷔 후 최고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4월까지 8.01이던 평균자책을 놀라운 페이스로 떨어뜨려 리그 1위에서 마쳤다. 총 184.2이닝을 던져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5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소화한 좌완으로 새 기록을 썼다. 4월의 혹사논란의 중심에서 강단 있게 외쳤던 말을 몇 달간의 노력으로 직접 입증해보였다.

에이스는 팀의 중심이다.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 에이스들은 그만큼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책임감을 소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에이스라고 불리는 게 부끄럽지 않고 싶다”고 했던 약 5년 전의 양현종은 여름 이후로 체력이 처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캠프 중 식이요법으로 몸을 만들기도 하고 피칭 훈련 스케줄을 일부러 늦추는 등 다각도의 노력도 했다.

양현종은 지난 17일 광주 NC전에서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을 치렀다. 평균자책 1위로 시즌을 마치게 된 감격의 마지막 등판 뒤 양현종은 다시 한번 떠난 감독님과 코치님을 떠올렸다. “시즌 초반 내가 부진할 때도 에이스라고 믿고 계속 기회주신 김기태 감독님과 이대진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많이 힘드셨을 텐데 잘 이끌어주셨다. 많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영광스러운 순간에 이미 떠난 감독과 코치에 대한 미안함을 먼저 떠올리는 선수는 매우 드물다.

양현종은 이제 국가대표 에이스로 마음을 전환했다. 대표팀 예비 엔트리가 발표되고 일본 대표팀 감독이 시찰을 온 가운데서도 “아직 우리 팀이 시즌 중”이라며 대표팀 이야기를 삼갔던 양현종은 많이 던진 덕에 동료들보다 조금 일찍 시즌을 마친 17일 “이제 잘 쉬면서 프리미어12를 준비하겠다”고 먼저 선언했다.

고액 연봉 선수들의 ‘몸값 논란’과 더불어 ‘인성 논란’까지 불거지는 2010년대의 그라운드. 시즌 내내 일관된 책임감으로 반전 시즌을 만든 2019년의 양현종은 전 구단 팬들에게 큰 ‘힐링’을 선사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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