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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깜짝 16강행' 장대현, "6년 악연 조명우만 생각했다"[서바이벌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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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사진]코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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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마곡동, 강필주 기자] '빛' 있다면 반드시 '그늘'도 존재하는 법.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 세계랭킹 16위)가 '신동' 소리를 들으며 당구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동안 21세 동갑내기 장대현(성남, 477위)은 '만년 2인자'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런 장대현이 결국 조명우를 뛰어넘는 순간을 맞이했다.

장대현은 19일 정오 서울 강서구 넥센 유니버시티서 열린 '2019 서울 서바이벌 3쿠션 마스터스(이하 서바이벌3C)' 본선 조별리그 A조 서바이벌 경기에서 4명 중 가장 높은 66점을 기록, 누구보다 먼저 16강 준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장대현은 유럽 톱 랭커들과 경험이 거의 없지만 2014년 전국 종별학생당구대회를 비롯해 2015년과 2016년 국토정중앙배 고등부, 2018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모두 2위에 올라 폭발력을 쌓아왔다.

뇌관을 터뜨릴 계기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장대현의 눈앞에는 항상 조명우라는 큰 장애물이 버티고 있었다. 매번 정상을 눈앞에 두고 조명우란 고비 앞에서 번번이 고개를 떨구며 '2인자'로 굳어졌다.

장대현은 이날 경기 후 "그동안 계속 (조)명우한테 발목이 잡혔다. 명우의 실력은 인정하고 인정해야 했다. 덕분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면서 "사실 오늘 경기는 조명우만 생각하고 임했다"고 승부욕을 숨기지 않았다.

장대현은 6년 동안 한 번도 조명우를 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오죽하면 조명우를 상대로 거둔 대회명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장대현은 "중학교 3학년 때인 2013년 사천한산모시 중등부 대회서 딱 한 번 조명우를 이기고 우승을 거둔 적이 있다. 6년만에 이겼다"라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중학교 때까지 동호인으로 활약했던 장대현은 실제 선수 등록을 한 2014년(고1)부터 항상 조명우 앞에서 작아졌다. 장대현은 "명우를 계속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명우와 악연이라 생각했다. 명우와 자주 비교되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당시 명우는 나와 애버리지가 0.5 정도나 차이날 정도로 강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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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현은 중2 때 당구가 재미있어 스스로 큐를 직업으로 정했다. 이런 장대현을 위해 아버지(장동열, 56세)는 택시운전을 기꺼이 그만두고 당구장까지 차렸다. 중3이던 장대현이 눈치보지 않고 당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한 결단이었다.

장대현은 "아버지께서 날 위해 그런 결정을 하셔서 감동을 받았다. 고1 때부터 최원준(PBA 진출) 선생님께 당구를 체계적을 배웠다. 하지만 아버지가 너무 엄하게 대하면서 고2 때는 방황하기도 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장대현은 처음 실시한 이번 대회 예선에서 출전권을 따낸 데 대해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고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몰랐다. 운이 좋았다"면서도 "명우와 같은 조에 들어가지 않길 바랐다. 그런데 명우와 같은 조에 들어갔다. 속으로 '또 명우인가. 도대체 내게 왜 이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웃은 장대현은 "경기가 끝난 후 명우가 내게 다가와서 '축하한다'고 말해줘 정말 감동했다"고 16강 진출 순간을 돌아봤다.

장대현은 조명우만 잡자는 생각을 했다. 공교롭게도 전반에는 장대현의 공을 조명우가 받았고 후반에는 거꾸로 조명우의 공을 장대현이 받아야 했다. 장대현은 "명우가 공격력이 워낙 좋아 전반에는 내가 칠 확률이 떨어지면 수비로 태세를 전환했다. 오직 명우만 잡는다는 생각으로 쳤다"고 강조했다.

장대현은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되고 더 잘쳐야 한다는 부담에 힘이 들어갔다. 원하는대로 스트로크도 되지 않고 심적으로 위축되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전국 대회 16강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는 내가 실력으로 오를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나왔다. 마음을 비우고 한 점 한 점 열심히 쳐보겠다"고 남은 경기 각오를 다졌다.

"열심히 하는 선수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는 장대현은 "롤 모델은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 PBA 진출)과 무랏 낫시 초클루(터키)다. 둘다 깔끔한 샷이 마음에 든다"면서 "16강 준준결승에서는 세미 사이그너(터키),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 토브욘 블롬달(스웨덴)과 함께 쳐보고 싶다. 모두 배울 것이 많고 특히 자네티와 블롬달은 리액션이 커다고 알고 있다. 내가 과연 그런 분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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