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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역시 하늘은 우리 편” 미라클 두산의 소원 성취 [현장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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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1일 오후 잠실야구장의 1루 더그아웃 풍경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규시즌 최종전이자 1위 결정전을 치르는 두산 선수단은 차분하게 몸을 풀었다.

SK가 하루 전날 한화를 꺾으면서 두산에 주사위가 넘어왔다. 한판에 모든 게 걸렸다. 이기면 1위지만, 비기거나 지면 2위다. 두산이 유리한 입장이나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NC는 올해 두산과 7승 1무 7패로 호각을 다퉜다.

두산 분위기는 가볍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두산 수들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두산 선수들은 서로 지나가면서 가볍게 터치를 했다. 서로에게 기를 불어 넣는 의식 같았다.
매일경제

두산 김인태가 1일 잠실 NC전에서 4-5의 8회말 2사 1루에서 3루타를 날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젊은 선수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도 마찬가지였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 역전 우승은 흔치 않은 기회다. 프로에 입문해 처음 도전하고 경험하는 두산 선수들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한국시리즈 7차전도 아닌데 뭘”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으나 두산 팬에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라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반드시 이긴다.’ 두산 선수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만 생각했다. 그렇지만 너무 의식한다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은 “모든 건 하늘에 맡겨야 한다. 그래도 하늘이 우리(두산) 편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최주환은 “너무 의식하면 잘하는 것도 안 된다. 너무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 SK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치러야 할 경기다. (우승 여부를 신경 쓰지 않고) 하던 대로 이 1경기에 집중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재호는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김재호 또한 “괜히 부담 가질 수 있으니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최대한 즐겁게 하자”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두산은 두산답지 않았다. 9월 25일 사직 롯데전 이후 투-타 조화를 이루며 4연승을 달렸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투수들이 최근 자기 공을 던지고 있다”라고 칭찬했으나 선발투수 후랭코프부터 불안감을 노출하더니 3⅓이닝(2실점) 만에 강판했다. 피안타만 7개였다.

두산 마운드는 철벽이었다. 4경기 중 3경기가 무실점이었다. 하지만 균열이 생겼다. 3·4회초 대량 실점을 피했지만, NC의 소나기 펀치에 벼랑 끝에 몰렸다.

5회초에는 2사 만루였다. 노진혁의 타구는 외야 펜스를 넘어가기 전 중견수 정수빈에 잡혔다. 두산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초반 반격조차 펼치지 못했다. 4연승 동안 28득점을 올린 타선(타율 0.301)도 침묵했다. 2·3회말 1사 1, 2루 기회를 놓치더니 박진우를 흔들었던 5회말에도 1사 만루에서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김재환과 박세혁은 좌익수 뜬공으로 힘없이 물러났다.

두산은 7회말 힘겹게 2-2 동점을 만들었다. 무사 1, 2루에서 NC 투수 김건태가 잇달아 견제 실책을 했다. 3안타를 친 페르난데스를 대주자 이유찬으로 교체한 승부수가 통했다. 그렇지만 무사 2루의 역전 기회를 놓쳤다.

두산은 앞서가지 못했다. NC가 8회초 대거 3점을 뽑을 때만 해도 승부의 추가 기우는 것 같았다. 함덕주, 유희관, 이형범은 버티지 못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하던 두산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8회말 내야 안타 2개로 만든 기회에서 허경민의 2타점 안타와 김인태의 1타점 3루타가 터졌다. 5-5 동점.

두산은 승부수를 띄웠다. 이틀 전 잠실 LG전에서 6이닝(71구)을 소화한 이영하를 9회초 투입했다. NC의 반격을 저지한 두산은 9회말 드라마를 완성했다. 대타 국해성의 2루타에 이어 박세혁이 결승타를 날렸다. 두산의 역전 우승을 이끈 한 방이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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