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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매번 일찍 떠난 테일러...흥국생명은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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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시즌에 다시 한국에 온 테일러 쿡(26·미국)으로 V리그가 시끄럽다.

도로공사는 지난 8일 "외국인 선수 셰리단 앳킨슨이 훈련 중 오른쪽 내측 무릎 인대가 파열돼 4주 진단이 나왔다. 정상적인 시즌 출장이 어렵다고 판단해 양측 합의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면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흥국생명에서 뛰었던 테일러 쿡을 영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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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테일러(왼쪽). 득점 후 참가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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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구 팬들은 도로공사가 테일러를 다시 데려온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 앞서 부상으로 인해 2번이나 시즌을 조기 마감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지난 2015~16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데뷔했다. 그런데 2016년 1월말 오른발 족저근막염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면서 그대로 시즌이 마감됐다.

그러나 힘 있는 공격을 이끄는 테일러인지라 흥국생명은 2017~18시즌에 다시 테일러를 데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부상을 입었다. 허리, 고관절 등 통증으로 7경기만 뛰고 일찌감치 떠났다. 당시 개막 전이었던 8월에는 한반도 전쟁 위협이 무섭다며 3~4일간 미국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팀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배구계에선 테일러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테일러가 V리그에 복귀한 것이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지난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 부상으로 고생했다. 결국 시즌 중에 교체를 하게 됐는데, 그러다보니 시즌 전체를 힘들게 운영했다"면서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개막 전에 선수를 바꾸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리그도 시즌이 시작되면서 대체 선수 찾는게 쉽지 않아 테일러를 데려오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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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시즌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외국인 선수 테일러 쿡. [사진 한국도로공사]


김 감독도 테일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걱정이 컸다. 그런데 테일러는 지난해 6월 트레이너 출신 남편과 결혼 후 심신이 많이 안정됐다고 한다. 성이 심슨이었지만 남편을 따라 쿡이 됐다. 김 감독은 "생각보다 테일러가 성격이 밝다. 선수들하고 잘 어울리고 있다. 남편이 시즌 내내 함께 한국에 머물 예정이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던 테일러는 재활을 하던 도중 남편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한국에 오기 전, 4주 정도 운동을 쉬었는데도 남편의 도움을 받아 몸 관리가 잘 되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만약 또 부상을 입고 일찍 시즌을 마감한다면 어떻게 하겠나'란 질문에는 김 감독도 쉽게 답변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테일러가 힘을 과도하게 쓰는 스타일이라서 부상이 잦은 것 같다. 최대한 관리를 잘 해서 부상을 안 당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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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6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테일러(왼쪽 두 번째)와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왼쪽 세 번째).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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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의 복귀에 깜짝 놀란 건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사적으로 김 감독을 만났을 때, 테일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테일러 영입이 현실이 됐을 줄이야..."라고 놀라며 "테일러와는 좋은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었다. 상대 팀의 결정이니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테일러 영입이) 도로공사를 꼭 이기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테일러도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김 감독은 "테일러에게 다 말해줬다. 그리고 '네 스스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테일러는 이에 대해 묵묵히 받아들이고 "한국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테일러의 V리그 복귀 첫 경기는 19일 인천 계양체유관에서 열리는 흥국생명과 개막전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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