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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베이스볼 라운지]해묵은 89년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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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류현진이 뛴 LA 다저스는 2019시즌 106승56패를 거뒀다. 다저스의 106승은 창단 이후 최다승 기록이었다. 다저스는 역대 최강 전력으로 가을야구에 나선 셈이었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올 시즌 절반 가까운 70경기를 치렀을 때 32승38패로 동부지구 4위였다. 올스타전 이후 펄펄 날았지만 93승69패, 동부지구 2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다. 비록 다른 지구의 팀이지만, 다저스와 워싱턴의 승차는 13경기나 났다. 정규시즌 성적 차이가 상당했지만 다저스에 주어진 어드밴티지는 워싱턴이 한 경기 치르고 올라온 게 전부였다. 그리고 모두가 잘 알고 있듯, 다저스는 워싱턴에 2승3패로 졌다.

5차전 연장 만루홈런으로 기세를 올린 워싱턴은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91승71패)를 4전 전승으로 꺾었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상대는 2019시즌 107승으로 최다승을 기록한 휴스턴이다. 누가 우승을 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가을의 이변’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쏟아냈고 가을야구 맞춤형 전략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KBO리그도 시즌 막판까지 순위 싸움이 치열했다. 1위 두산(88승1무55패)과 2위 SK(88승1무55패) 사이의 승차는 없었다. 똑같은 승률을 기록했지만 상대전적에서 두산이 9승7패로 앞서 1위에 올랐다. 3위로 밀린 키움 역시 86승1무57패를 기록했다.

KBO리그가 144경기를 치른 것은 2015년부터다. 키움의 86승은 다른 시즌이었더라면 충분히 2위였다. 2위 SK 역시 2015년, 2017년이었다면 정규시즌 우승이었다. 상위 3팀이 모두 승률 6할 이상을 기록한 것은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초였다.

승률 6할을 거뒀지만 3팀의 가을야구 위치는 사뭇 달랐다. KBO의 오래된 포스트시즌 제도, 이른바 ‘89년 체제’ 때문이다.

KBO리그는 1989년 준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했다. 하위팀이 차례로 계단을 올라와야 1위 팀과 맞붙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키움은 승률 6할을 넘기고도 LG와 5전3승제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1위 두산은 SK와 승차 없는 1위를 차지했음에도 ‘21일 휴식’이라는 상당한 어드밴티지를 얻었다.

SK는? 결과가 드러내듯, 창단 후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도 최악의 가을을 보냈다.

키움에는 기세에 밀렸고, 경기 감각과 휴식은 결과적으로 어중간했다. 키움은 승률 6할을 넘겼고 가을야구에서 이미 6승을 거뒀지만, 최종 우승을 위해서는 4승을 더 따내야 한다. 정규시즌 우승 두산은 시즌 막판 ‘미러클 두산’을 재현하며 대역전극을 완성했지만 ‘21일 휴식’은 약이면서 동시에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오랜 휴식은 독으로 작용했다.

어느 새 30년이 흘렀다. ‘89년 체제’에 변화를 줄 때가 됐다.

정규시즌 순위를 다시 확인하는 가을야구가 아니라, 가을에 걸맞은 새로운 전략으로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는, ‘이변’을 기대할 수 있는 가을야구가 필요한 때다. 순위에 따른 가을야구 위치의 허들을 낮춤으로써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5위 안에만 들면, 우승에 도전해볼 수 있다면 시즌 중반 ‘투자 전략’도 달라진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쏟아진다.

수도권의 한 단장이 “그러면 정규시즌 거둔 성적이 너무 아깝지 않냐”고 손사래를 쳤다. 요즘 새삼 유행하는 말로 답한다. “쫄리면 뒈지시든가.” 단기전, 가을야구는 타짜들의 야구 아니었던가.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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