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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전설' 차범근과 나란히 선 손흥민, 새로운 전설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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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무대 통산 121골을 터뜨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유럽 무대 한국 선수 최다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손흥민.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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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어 레버쿠젠의 UEFA컵 우승을 이끌었던 차범근(두 번째 줄 오른쪽 네 번째). 사진=바이어 레버쿠젠 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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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슈퍼 소니’ 손흥민(27·토트넘)이 드디어 ‘전설’ 차범근(66) 전 국가대표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3차전 홈 경기에서 2골을 터뜨려 소속팀 토트넘의 5-0 완승을 견인했다.

이날 2선 측면 날개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골 지역 왼쪽으로 빠르게 파고들어 침착하게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어 전반 44분에는 팀 동료 탕기 은돔벨레의 패스를 받아 골 지역 왼쪽에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의 이날 득점은 본인은 물론 한국 축구 역사에 큰 의미가 있는 골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2골을 추가해 시즌 득점을 5골(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골·챔피언스리그 3골)로 늘린 동시에 유럽 무대 통산 득점을 121골로 늘렸다.

한국 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공격수 차범근 전 감독이 1970~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세운 한국인 선수 유럽 무대 개인 최다골 기록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흥민은 2010~11시즌 독일 함부르크 소속으로 유럽 1부리그에 데뷔한 이래 함부르크에서 세 시즌 동안 20골을 터뜨렸다. 이어 2013~14시즌부터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두 시즌을 뛰면서 29골을 기록했다.

2015~16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무대를 옮긴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이날까지 72번이나 골맛을 봤다. 첫 시즌을 빼곤 매년 20골 안팎의 득점을 올리며 자타공인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세계 축구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가진 ‘발롱도르’상 최종 후보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에게 차범근 전 감독은 우상이었다. 그는 인터뷰마다 역대 최고의 아시아 축구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늘 ‘차범근’이라고 답한다. 2015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박지성이 영웅이라면 차범근은 전설이자 우승”이라고 표현했다.

동시에 손흥민에게 차범근 전 감독은 한국 최고의 축구선수로 올라서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었다.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마다 차범근과 항상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시절 차범근 전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선생님 득점 기록을 깰 겁니다‘라고 큰소리쳤다. 차범근은 껄껄 웃으면서 ’그래 한 번 해봐라‘고 가볍게 격려했다. 그리고 불과 5~6년이 지난 지금 손흥민의 공약은 사실이 됐다..

손흥민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차범근 전 감독의 기록을 하나 둘씩 다시 쓰고 있다. 2016~17시즌에는 21골을 기록, 차범근 전 감독(1985~86시즌 19골)이 보유했던 유럽무대 한 시즌 한국인 최다 득점 기록을 넘어섰다.

차범근 전 감독은 1978년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이래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다. 1988~89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총 372경기에서 121골을 기록했다. 손흥민도 비슷한 속도로 골 사냥을 했다. 총 364경기 만에 121골을 기록했다. 차범근 전 감독보다 8경기 빠른 기록이다.

손흥민은 차범근 전 감독 후계자답게 많은 점을 닮았다. 국가대표 출신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를 모두 경험한 이영표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1980년대 최고의 축구선수였던 차범근의 재림이라고 할 정도로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밝힌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엄청난 스피드와 득점을 노리는 적극성, 양 발 모두 가능한 슈팅력이다. 그는 “차범근 전 감독과 손흥민은 빠른 속도와 더불어 스스로 결정하고 득점으로 연결하려는 투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뛰어난 슈팅력을 갖춘 것은 물론 왼발과 오른발로 모두 슈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타일은 약간 다르다. 차범근 전 감독은 물리적으로 엄청난 스피드와 강인한 파워가 돋보였다. 반면 손흥민은 탁월한 순발력과 함께 세계 톱 클래스을 테크닉을 자랑한다.

강인한 멘탈도 비슷하다. 차범근 전 감독 때는 한국 선수로 외국에서 뛴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해외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때가 아니다. 더구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축구는 유럽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차범근 전 감독의 가장 큰 적은 한국 축구에 대한 무시와 편견이었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도 알게 모르게 있었다. 그런 어려움과 시련을 모두 이겨내고 당시 최고 무대였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성공했다. 정신력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차범근 전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난 축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배고팠고 목 말랐다“며 ”축구가 아닌 다른 것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축구에 더 집중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유럽에 진출하는 것은 차범근 전 감독 시절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거기서 성공하는 것은 여전히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손흥민은 10대 시절부터 낯선 유럽에서 경쟁하며 이겨냈다. 그 와중에 대표팀 경기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을 끊임없이 오가야 했다. 2018~19시즌 손흥민은 유럽 무대에서 뛰는 축구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78경기를 뛰었고 11만km를 비행했다. 지구 한 바퀴가 약 4만km니까 축구를 위해 거의 지구 세 바퀴를 돈 셈이다.

그런 강행군에도 꾸준히 최고의 기량을 유지한다는 것은 단순히 재능이나 신체능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남다른 정신력과 책임감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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