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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82년생 김지영' 감독 "눈을 떠 주변 보는 계기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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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데뷔 김도영 감독…"악인 만들지 않고 사회와 문화 그리려 노력"

연합뉴스

김도영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누군가를 악하고 나쁘게 그리지 않고 우리를 둘러싼 관습이나 문화를 담아내려 했죠."

23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딸이고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남주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를 둘러싸고 개봉 전부터 '젠더 갈등'이 촉발됐다. 여러 논란과 비난, 응원과 지지가 엇갈렸다.

개봉 전의 여러 오해와 달리 영화는 여성과 남성을 대립적인 위치에 놓지 않는다. 성별을 떠나 모든 이들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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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봉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도영(49) 감독은 "우리 주변 풍경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조남주 작가님의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식초에 담긴 오이'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무리 싱싱한 오이도 식초에 담기면 피클이 돼 가잖아요. 주변의 관습과 문화에 그렇게 영향을 받는 거죠. 주변 남자들을 봐도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서투르거나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고요."

의도와는 다르게 '편 가르기'가 된 상황에 대해서는 "이미 이 현상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2년생 김지영'의 서사 자체가 가진 태생적 운명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서사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고요. 논란이 있었지만, 논란 속에서도 분명 어떤 분들은 (영화 내용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까지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제가 원작 책을 처음 봤을 때 그랬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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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에서 모든 관객의 '눈물 버튼'이 눌리는 장면이 있다. 지영(정유미)과 그의 어머니(김미경)가 함께 나오는 장면이다. 김 감독은 "친정엄마, 고모들, 이모들이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저희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기 때문에 저 역시 엄마가 개인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못 했죠. 제 아이들도 저를 엄마로만 생각하잖아요. 영화를 보고 '부모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 감독은 영화가 공감을 얻는 데 대해 '평범함'을 연기해 준 배우들의 공이 컸다고 강조했다.

"정유미 씨는 규정되지 않은 느낌이 있어서 김지영이라는 인물에 활력을 부어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꼭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보지 않아도 그 인물을 이해하는데 어려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공유 씨는 사회적 의제에 관심이 있고 균형이 잘 잡힌 배우고요. '도깨비'에서는 신계에 계셨던 분이지만(웃음) 내면에는 분명 평범함이 있었죠. 다른 배우들도 제가 사랑하고 아끼는 분들이에요. 다들 정말 잘해 주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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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작 책 내용이 자신의 경험과 많이 겹쳐 공감했다는 김 감독은 영화의 결말을 책보다 더 희망적인 방향으로 마무리한다.

"원작이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비교는 피할 수 없었죠. 그래서 부담이 됐어요. 원작과 차별화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책을 읽고 이해했던 것을 되짚고 아는 선에서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단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좀 더 밝게 만들면 좋지 않을까 했죠."

평범하고 보편적인 여성을 그린 김지영의 서사는 영화를 본 관객의 삶과도 분명 겹치는 지점이 있다.

감독 자신의 삶과도 맞닿아있다. 김 감독은 연극무대에서 배우로 오래 활동하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연출에 도전했다. 2018년 단편 영화 '자유연기'를 연출했고 '82년생 김지영'으로 마침내 장편 데뷔를 했다.

"저도 한국 사회에서 지영 씨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살아왔고, 뉴스에 나오는 여러 사건을 보면서는 '난 운이 좋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가 시작되면서 경력이 단절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좇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영화 학교를 들어가면서, 삶의 방향에 의미를 두기로 했고 제가 원하는 바를 위해 차근차근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영화의 결말에서 지영 씨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신인 감독이지만 많은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여기까지 왔다"는 김 감독은 "'위로가 됐다'는 말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다"고 전했다.

"눈을 떠서 주변을 보는 계기가 되고 남자 관객들은 '우리 엄마, 내 아내와 딸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하는 것, 저는 이 정도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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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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