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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방망이 부러져도… 박건우 '가을 악몽' 씻어낸 끝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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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한국시리즈 최초로 '이틀 연속 끝내기 역전승']

KS 가을 시즌되면 약해지던 朴… 2차전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자 수건에 얼굴 파묻고 울어

"작년 우승 날린 생각나 눈물"

5―5 동점이던 9회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선 두산 박건우는 상대투수 폭투로 주자 류지혁이 2루까지 내달려 득점권에 위치하자 방망이를 더욱 굳게 잡았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살려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는 두산 외야수로 활약하면서도 한국시리즈만 되면 고개를 숙였다. 2017년엔 15타수 1안타, 2018년엔 24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두산은 박건우의 부진 속에 2017년엔 KIA, 2018년엔 SK에 우승트로피를 내줬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23일 2차전에서도 첫 세 타석에서 무안타로 침묵하다 8회 겨우 첫 안타를 신고했다. 자신을 옭아맨 '한국시리즈 물방망이'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선 승리를 부르는 한 방이 더 필요했다.

마침 한현희의 5구째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들어오자 방망이를 거침없이 휘둘렀다. 공에 맞은 방망이가 부러졌으나 박건우의 의지가 실린 타구는 내야를 뚫고 중견수 쪽으로 굴러갔다. 그 사이 류지혁이 홈을 밟으며 승부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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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건우가 23일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회 말 타격하고 있다. 방망이가 부러져 손잡이만 잡은 모습이다.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면서 끝내기 안타가 됐다. 박건우는 전날 1차전부터 이날 세 번째 타석까지 8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8회와 9회 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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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한국시리즈 최초로 이틀 연속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두산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로 6대5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최우수 선수에 선정된 박건우는 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그는 "작년부터 (한국시리즈에서) 너무 못했고, 저 때문에 우승도 날아갔던 것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났다"며 "오늘 경기 전에 (오)재원 형이 우스갯소리로 '하늘이 너를 돕는 거 같다'고 격려해줬는데 동료들의 믿음에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고 코맹맹이 소리로 벅찬 감격을 말했다. 그는 "그동안 부진을 만회하려면 아직 멀었다. 해야 할 경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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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로 뒤진 9회말 두산의 반전드라마는 1985년생 베테랑 듀오 오재원(34)과 김재호(34)의 방망이로 시작됐다. 무사 1루에서 오재원이 키움 투수 오주원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끝에 좌중간 2루타를 터뜨려 무사 2·3루를 만들었다. 이어 김재호의 적시타와 김인태의 희생플라이로 눈깜짝할 새 5―5 동점. 김재호 대주자로 들어간 류지혁이 폭투로 2루까지 간 뒤 박건우의 끝내기 방망이가 번뜩이며 승부를 끝냈다.

키움은 2―2 동점이던 6회 샌즈의 내야안타에 이어 박병호, 송성문, 이지영의 연속 안타로 3점을 뽑아 5―2로 달아났다. 하지만 믿었던 불펜진이 8, 9회 점수를 내주며 2연패를 당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수훈선수 중 하나로 오재원을 꼽으며 "오재원은 수비를 보완하려고 8회 넣었는데, 공격에서도 주장으로서 중요한 걸 해줬다"며 "홈에서 2연승을 해서 좋다. 고척에서도 더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3차전은 25일 키움의 홈 구장인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다. 두산은 세스 후랭코프, 키움은 제이크 브리검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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