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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프로야구 새 트렌드…명성보다 리더십, ‘무명 초보 감독’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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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이동욱·이강철 ‘성공시대’…선수 출신 단장 늘어나면서 대세로

데이터에 강하고 소통에도 긍정적

구단 개입 커지면 권위 쉽게 훼손

경향신문

한화 한용덕 감독, NC 이동욱 감독, 롯데 허문회 감독, 삼성 허삼영 감독, 키움 손혁 감독(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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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초보 감독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초보 감독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영향에다 한 가지 트렌드가 더해졌다. 데이터에 능한 ‘무명 초보 감독’이 대세다.

2020시즌 3명의 초보 감독이 KBO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롯데 허문회 감독, 삼성 허삼영 감독,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이 주인공이다. 셋 모두 선수 시절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손혁 감독은 현역시절 LG-해태 등 인기 구단을 거치며 지명도가 높았지만 리그 성적은 36승31패, 평균자책 4.07에 그쳤다. 허문회 감독은 통산 타율 0.269, 20홈런, 129타점을 기록했다. 허삼영 감독은 1군 4경기 등판이 전부다.

KBO리그는 초보 감독 성공시대가 이어졌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015년 팀을 맡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5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2018년에는 한화 한용덕 감독이 데뷔 첫해 팀을 11년 만의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올시즌 NC 이동욱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 모두 데뷔 첫해 의미있는 성적을 남겼다. NC는 전년도 꼴찌에서 다시 가을야구에 올랐고, KT는 만년 꼴찌 팀에서 승률 5할 팀으로 바뀌었다.

‘초보 감독 유행’은 ‘선출 단장 유행’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야구 잘 모르는 구단, 혹은 그룹 고위층을 설득하기 위해 ‘이름값’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선수 출신 단장을 통해 ‘명성’ 대신 ‘실력’을 갖춘 감독을 영입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졌다.

선출 단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감독 선임에 야구단 내부 의견이 적극 반영된다. 한화가 한용덕 감독을 영입할 때 당시 박종훈 단장의 적극적 역할 속에서 ‘그룹’이 아닌 ‘야구단’의 뜻이 받아들여졌다. 롯데의 허문회 감독 선임 역시 그룹의 의견보다는 성민규 단장을 중심으로 한 구단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경향신문

실력있는 초보 감독에 ‘데이터’에 강한 ‘무명’이 최근 트렌드다. 데이터는 현대 야구의 필수 요소다. ‘무명’은 구단 내 ‘소통’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 출신 감독은 선수단 내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 출신의 외부효과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다른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 선수들이 스타 출신 감독을 ‘어려워하는 것’도 이유다.

무명 감독은 의견 수용에 적극적인 분위기를 자연스레 만든다. ‘권위’의 부족이 오히려 장점이 된다. 경기에 대한 결정에 있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수월해지는 것은 현대 야구에 어울리는 트렌드다. 새 인물의 등장은 새로운 스타 탄생으로 이어진다. 혁신적 사고를 가진 감독들이 새로운 스타일의 야구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무명 초보 감독’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무명 초보 감독은 단장 및 구단의 개입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을 높인다. 권위 부족은 장점이지만, 자칫 감독의 권리마저 훼손될 여지가 있다. 선수단 내 팀워크가 무너졌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 역시 어느 정도는 ‘권위’가 필요한 영역이다. 무엇보다, 오랜 야구 격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레오 듀로셔 감독은 “사람 좋으면 꼴찌”라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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