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횟수 임희정이 앞서지만
컷 통과 많은 조아연이 수상
다승자가 불리한 현실은 역설적
최고신인에 걸맞는 기준 마련을
1998년 박세리는 메이저리그 홈런 신기록을 세운 마크 맥과이어와 함께 AP통신 ‘올해 최고 스포츠 스타’로 선정됐다. 그해 모든 종목 여자 선수 중 최고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박세리는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은 받지 못했다. 전교 1등 박세리를 제치고, 안니카 소렌스탐이 반에서 1등을 했다.
그해 박세리와 소렌스탐은 나란히 4승씩 기록했다. 박세리는 메이저 대회 2승을 했기 때문에 메이저 우승컵 없는 소렌스탐보다 순도가 훨씬 높았다. 그러나 당시 LPGA 투어 잣대는 메이저 대회의 가치를 그리 높게 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톱10 입상 등에서 박세리에 앞섰던 소렌스탐이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갔다. 이후 LPGA 투어는 메이저 대회 가중치를 일반 대회의 2배로 높였다.
신인 조아연과 임희정(아래 사진)은 KLPGA 투어에서 전례 없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상금과 대상 포인트는 임희정이 미세하게 앞섰는데, 신인왕 타이틀은 조아연이 차지했다. [사진 KLPG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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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LPGA 투어에는 걸출한 신인이 대거 등장했다. 그 중 조아연과 임희정이 KLPGA 투어에서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평균 타수는 조아연이 4위, 임희정이 6위였다. 상금 순위는 임희정이 4위, 조아연이 5위였으며 대상 포인트는 임희정이 5위, 조아연이 6위다.
신인왕 선정에 대상 포인트를 적용했다면 임희정이 간발의 차로 수상자가 됐을 터다. 그러나 신인왕 타이틀은 조아연이 차지했다. 왜 그랬을까.
KLPGA 투어는 LPGA 투어를 참고해 신인왕 점수를 매긴다. 기본 얼개는 같다. 세부 사항은 두 투어가 다르다.
신인 조아연(위 사진)과 임희정은 KLPGA 투어에서 전례 없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상금과 대상 포인트는 임희정이 미세하게 앞섰는데, 신인왕 타이틀은 조아연이 차지했다. [사진 KLPG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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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는 메이저 대회는 무조건 기본의 2배 점수다. KLPGA 투어는 총상금 기준으로 차등 배점한다. 상금이 많으면 받는 점수도 늘어난다. 그러나 상금이 많은 대회일수록, 즉 중요한 대회일수록, 전체 점수 중 우승자의 점수 비율이 낮아진다.
총상금 3억원 대회에서 우승자가 받는 신인왕 점수는 전체 점수의 9.3%다. 10억원이 넘는 대회에선 그 절반으로 떨어진다. 3억원 대회에서 60등을 한 선수는 5점을 받는데 10억원 대회에서는 85점이다. 1위 점수 대비 60등 점수는 3억원 대회가 3%, 10억원 대회에서는 27%다. 큰 대회일수록 우승자에겐 상대적으로 박하고, 컷 통과한 선수에겐 후한 구조다. 요즘 3억원 대회는 사라졌기 때문에 KLPGA의 신인왕 포인트는 기복있는 우승자보다 꾸준한 컷 통과자가 유리하게 설계됐다.
물론 컷을 넘고, 톱10에 드는 실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우승이다. 타이거 우즈는 “우승 이외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10년 만에 첫 우승을 한 안송이가 뜨거운 눈물을 흘린 이유를 누구나 알 것이다.
임희정은 올 시즌 메이저 1승을 포함해 3승을 했다. 조아연은 일반 대회에서 2승을 했다. 임희정과 조아연의 차이는 98년 박세리-소렌스탐의 차이보다 크다.
조아연이 신인왕 자격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KLPGA가 정한 기준에 따른 당당한 신인왕이다. 이건 논란의 여지가 없다. 조아연은 시즌 초반부터 파란을 일으켜 흥행을 주도했다.
그렇다 해도 신인왕을 정하는 잣대가 완벽한 기준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KLPGA는 “신인은 수가 적은 데다 컷 통과도 많지 않다. 큰 대회에서 컷 통과한 것만 해도 대단하기 때문에 많은 점수를 부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LPGA 최고 신인들이 컷 통과 정도를 바라고 경기하지 않는다. 2013년 김효주를 필두로 지난해 최혜진까지, 신인들은 투어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를 해왔다. 컷 통과 숫자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에, 그들은 너무도 뛰어나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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