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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티타임 토크] '굿샷의 템포' 기억하려고… 메트로놈 두고 연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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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투어 신인상 조아연]

동갑 임희정과 막판까지 경쟁 "치열한 싸움으로 실력 더 향상"

올겨울 뉴질랜드서 훈련 "쇼트게임 실력 키우는데 집중"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조아연(19)은 가장 뜨거운 경쟁의 주인공이었다. 동갑내기 임희정(19)과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다 결국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시즌 두 번째 대회에서 덜컥 우승한 조아연이 초반 치고 나가다 주춤하던 사이, 임희정이 2승을 거뒀다. 바로 다음 대회에서 조아연이 우승을 추가하자, 임희정은 시즌 후반 메이저 대회 우승을 보탰다. 승수는 임희정이 앞섰지만, 컷 통과와 톱10 횟수가 더 많은 조아연에게 신인상이 돌아갔다. 수상 소감을 말할 때 그는 "경쟁에 연연하지 않았다"거나 "상보다는 경기에 집중했다"고 하지 않았다. "신인상이 올해 목표였다. 경쟁이 있었기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선수의 우승이 내게 긍정적 자극이 되어 해이해지지 않았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 진짜 실감했어요 - 2019 KLPGA 투어 신인왕 조아연은 겨울에 쇼트게임 훈련을 집중적으로 할 계획이다. “프로 무대에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란 말을 진짜 실감했어요. 긴 드라이버샷이나 짧은 퍼트나 다 똑같은 한 타잖아요, 어휴.” 책을 읽는 듯 또박또박 논리를 갖춘 말솜씨가 대학 신입생이 아니라 꼭 교수님 같았다.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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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조아연을 만났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검은 재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그는 학교(한체대)에 가는 길이었다. 다음 달 6일 열리는 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까지 한 달쯤 남았지만 신인왕은 바빴다. 이벤트 대회인 LF 헤지스 포인트 왕중왕전(16~17일)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29일~12월 1일)에 참가하고, 여러 스폰서 일정을 소화한 다음 겨울엔 뉴질랜드에서 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치열한 경쟁이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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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치열한 신인상 경쟁을 펼친 조아연(오른쪽)과 임희정. /KLPGA


이 앳된 신인 선수는 어떻게 경쟁에서 오는 엄청난 압박감을 성장의 동력으로 바꾼 것일까. 그는 "KLPGA 투어에서 뛰어 보니 선수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점점 더 강력해지더라"고 답했다. "좋은 성적 내는 선수들에게 다른 선수들이 긍정적 자극을 받으면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져요. 그러면 앞서가던 선수들이 또 자극을 받아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죠. 이게 계속 반복돼요."

아나운서처럼 말 잘하기로 소문난 조아연은 중학교 때부터 국가대표·상비군으로 뛰면서 주목받았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선 떨어졌지만,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했고 KLPGA 투어 시드 순위전을 수석 통과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혹독한 경쟁을 거치며 성장해온 그는 압박감 다루는 법을 숱한 경험 속에서 이미 터득한 듯했다.

"샷을 할 때마다 '이 샷이 잘못돼서 경쟁에서 밀리면 어쩌나' 불안해져요. 예전엔 '괜찮아, 나는 불안하지 않아'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지만, 그럴수록 불안이 더 커졌어요. 요즘엔 '이런 무대, 이런 위치에서 지금 내가 불안한 건 정상이야'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버려요. 상황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지면서 큰 실수를 덜 하게 됐어요."

신인상 랭킹에서 큰 격차로 1위를 달리던 올 시즌 중반에 그는 두 차례 컷 탈락, 한 차례 기권을 했다. 경쟁자가 없으니 스스로 나태해졌다고 했다. "시즌 후반 희정이와의 경쟁이 제가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됐어요. '나 자신에게 만족하면 안 되겠구나, 계속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야겠구나' 깨닫는 계기가 됐죠."

◇아이언샷을 잘해서 아연?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달리기·줄넘기로 다져온 체력은 조아연의 가장 큰 무기다. '아이언샷을 잘해서 이름이 아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아이언도 잘 다룬다. 올 시즌 그린 적중률 5위(77%). 프로 무대에서 뛰어 보니 장단점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한다. 동계 훈련 땐 드라이버샷 정확도를 높이고 쇼트게임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언제 어디서든 아이언샷을 할 땐 불안한 마음이 없다"는 그에게 비결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는 "템포가 가장 중요하다"며 "샷이 잘 맞았을 때 템포를 오래 기억하려고 메트로놈을 두고 연습한다"고 했다.

대전 출신인 조아연은 박세리(42)가 어릴 적 훈련했던 대전 유성 컨트리클럽에서 주니어 시절 주로 연습했다. 코스에 세워진 박세리 기념비를 볼 때마다 '나도 저런 영광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고 한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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