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월드컵] 손을 위한 변명…수비하는 EPL 정상급 공격수의 고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축구대표팀, 부진한 결정력 속에 레바논과 0-0 무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4일(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4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상대문전을 향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레바논축구협회가 반정부 시위 악화 등 안전상의 이유로 아시아축구협회에 무관중 경기를 제안해 치러졌다.2019.11.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이루트(레바논)=뉴스1) 임성일 기자 = 많은 축구 팬들이 왜 토트넘의 손흥민은 많은 골을 넣는데 대표팀의 손흥민은 그렇지 못하냐는 타박을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톱클래스 공격수로 꼽히는 그가 축구대표팀의 일원이 되면 번번이 빛이 바래니 아쉬움을 담은 토로이기도 하다.

나아가 그런 이유에 대한 다양한 설왕설래들이 이어진다. 이유야 복합적이다. 토트넘 동료들과 대표팀 구성원들의 실력이 다른 차이도 있고 유난히 아시아의 약체들과 경기가 많은 탓에 밀집수비와 집중마크에 고전하다 경기를 마쳐야하는 이유도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팀을 위한 헌신과 희생이다.

아무래도 토트넘의 손흥민은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공격 쪽에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대표팀 손흥은 여러 가지 몫을 해야 한다. 일단 에이스다. 공격을 풀어가다가 또 마무리도 해야 한다. 동시에 주장이다.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도 해야 한다.

수비가담도 적극적이다. 아직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한국 대표팀의 특성상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도 게으름 없어야하는데 손흥민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아니, 스스로 더 적극적으로 수비한다. 대표팀에서 그의 골이 부족한 이유, 손흥민을 위한 변명이기도 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베이루트에 위치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레바논과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H조 4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사실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H조에서 한국 다음으로 전력이 좋다는 레바논이고 특히 경기가 열리는 곳이 원정팀들에게 악명 높은 베이루트였다. 한국은 이 경기 전까지 베이루트에서 레바논과 4번 맞붙어 1승2무1패로 부진했다.

과거의 역사들이 좋지 않은데 현재 배경도 선수들을 돕지 않았다. 약 1달 전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의 수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 현지 가이드들이 선수들과 취재진의 안전을 신신당부하는 등 여러모로 불안했다. 급기야 경기 당일 오전에 '무관중 경기'가 결정될 정도였다.

경기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 쉽지 않았다. 레바논은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스리랑카처럼 소위 '밀집수비'를 펼치는 형태가 아니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그들이 준비한 플레이로 맞섰다.

이런 흐름을 예상한 벤투 감독도 손흥민, 황의조, 남태희 등 공격수들 아래 이재성, 황인범, 정우영 등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을 함께 배치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던 빠른 선제골은 일찌감치 물 건너갔고 후반전이 됐을 때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으니 EPL 최고 수준의 공격수 손흥민도 전방만 고집할 수 없었다. 경기를 지켜본 이들 대부분 확인했을 것이다.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찬스를 기다리다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땐 2선으로 내려와 연계에 힘쓰다가 때로는 우리 지역 박스까지 뛰어 내려가 수비를 돕는 일들을 반복했다.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손흥민의 모습은 보다 다양한 곳에서 포착됐다. 수비를 마치고 힘이 빠진 듯 자신의 자리로 복귀하던 발걸음은 무거웠다.

팀을 위한 희생과 헌신도 필요하고, 손흥민 쯤 되는 스타가 이런 솔선수범을 보인다면 다른 선수들에게 전이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는다.

수비 쪽에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면 마무리에 집중해야할 때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만 들어오면 손흥민의 득점이 많이 줄어드는 것은, 그가 수비도 상당히 열심히 하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lastuncle@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