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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實彈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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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회전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박정환 九단 / 黑 당이페이 九단

조선일보

〈제13보〉(169~184)=패(覇)를 가리켜 '요술쟁이'라고도 하고, '바둑의 꽃'으로 부르기도 한다. 종횡 361개 좌표(座標) 위에서 벌어지는 평면 게임을 3차원으로 끌어올린 요물답게 전판을 휘저으며 승패를 바꿔놓기 일쑤다. 하지만 그토록 영험한 패도 넘을 수 없는 장벽이 하나 있으니 바로 '팻감'이다. 아무리 기묘한 패를 만들어도 팻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탄 떨어진 고성능 총과 다를 바 없다.

백이 △로 패를 따낸 장면. 이 패 하나에 흑백 모두 전군(全軍)의 10%가 넘는 병졸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패의 결과에 따라 승자는 모든 우군을 살리면서 적의 대군을 몰살하게 된다. 패자는 그 반대다. 이른바 천지대패다. 169로 늘어 이곳에서 3개의 자체 절대 팻감을 쓸 수 있다는 건 흑의 행운이었다.

그러나 더 큰 행운이 백을 기다리고 있었다. 172가 결정적 팻감으로, 흑이 불응하면 참고도 수순으로 중앙 흑이 잡혀 백승이다. 178도 마찬가지 의미. 179의 굴복이 불가피할 때 182로 따내 바둑이 끝났다. 181, 183은 184의 선수로 인해 성립하지 않는 '가짜 팻감'이었다. 마지막 순간 '실탄' 숫자가 승부를 갈랐다. (174 180…△, 177…171)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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