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금)

이슈 연예계 방송 조작 의혹

[홍혜민의 B:TV] ‘수익 환불이 답?’..조작 파문 ‘프듀’, 피해 보상의 딜레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프듀’ 시리즈의 조작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가운데, 엠넷이 모호한 피해 보상 계획만을 알린 채 딜레마에 빠졌다. 엠넷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Mnet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조작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생방송 투표 결과 조작의 중심에 섰던 안준영 PD와 김용범 CP가 구속된 가운데, 엠넷은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그러나 어째, 이번 사태는 수습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7월 방송된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 파이널 생방송 대국민 문자 투표 득표수에 대한 의혹에서 시작된 ‘조작 논란’은 범국민적 분노 속 ‘프듀’ 전 시리즈를 향한 화살로 바뀌었다. 결국 경찰 수사로 번진 이번 사태는 지난 5일 ‘프듀’ 시리즈 연출을 맡아온 안 PD와 김 CP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안 PD는 ‘프듀48’과 ‘프듀X’의 최종 순위 조작 혐의를 인정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프듀’ 시즌 1, 2의 순위 조작 혐의 일부도 인정했다. 최초 ‘조작 의혹’ 제기 이후 약 4개월 만에 ‘프듀’ 전 시즌에 대한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시청자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내내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을 밝히며 몸을 사려오던 엠넷 역시 사실로 드러난 ‘프듀’ 조작에 서둘러 입장을 발표했다. 엠넷 측은 지난 14일 “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진정으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에 따른 합당한 조치, 피해보상, 재발방지 및 쇄신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입장을 발표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난 현재, 엠넷 측은 이와 관련한 별다른 조치도, 피해보상도, 재발 방지 및 쇄신 대책도 발표하지 않았다. 심지어 엠넷이 입장문에서 언급한 ‘피해보상’이나 ‘합당한 조치’ 등에 대한 주체는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의문마저 드는 상황이다.
한국일보

'프듀' 시즌1 당시 진행된 대국민 유료 문자 투표 안내문. 엠넷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피해보상의 경우, 현재 엠넷을 상대로 가장 뜨겁게 ‘보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들은 ‘프듀’ 방송 당시 생방송 문자 투표에 참여했던 시청자들이다. 이들은 엠넷을 상대로 “유료 문자 투표로 번 돈을 환불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엠넷은 ‘프듀’ 매 시즌에서 파이널 생방송 당시 최종 생방송 진출 연습생에 대한 대국민 유료 문자 투표를 실시했다. 해당 문자 투표의 정보이용료는 100원. 해당 유료 문자 투표 환산 점수가 연습생들의 데뷔조 발탁에 큰 영향을 미쳤던 만큼, 매 시즌 많은 팬들이 문자 투표에 열을 올렸다. 조작 논란이 최초로 불거졌던 ‘프듀X’의 경우에도 파이널 생방송의 총 유료 문자투표수는 1,363만 건에 달했다. 이를 수익으로 환산할 경우,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물론, 엠넷은 해당 유료 문자투표로 거둔 수익을 채널 운영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전액 기부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 측 관계자는 본지에 “‘프듀’ 시즌 1, 2와 ‘프듀48’의 유료 문자 투표 수익의 경우 문자투표 업체의 실비를 제외하고 전액 유네스코 본부에 기부했다”며 “다만 ‘프듀X’ 문자 투표 수익의 경우, 아직 기부 전인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프듀’ 방송 당시 투표에 참여했던 일부 시청자들은 “어차피 순위가 정해져 있는 이른바 ‘사기’ 수준의 생방송 경연에서 유료로 문자 투표를 실시했다는 것 자체가 부당한 행위”라며 엠넷 측의 기부 여부와 관계없는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 및 결정된 사안이 있냐는 본지의 취재에 CJ ENM 측 관계자는 “현재까지 가시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향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 시즌에 국한된 보상이 아닌, 앞서 방송된 ‘프듀’ 네 시즌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보상이 예상되는 만큼 막대한 비용의 투표 비용 환불이 과연 현실화 가능할 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가운데, 투표자마다 다른 투표 금액과 정신적 위자료 청구가 더해질 경우 달라질 배상 금액의 문제 역시 엠넷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다음으로 드는 의문은 ‘과연 투표자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만 해결한다면 모든 피해 보상이 마무리 되는 것인가’다. 답은 당연히 ‘아니다’일 것이다.

우선 이번 조작으로 인해 ‘프듀’에서 아이돌의 꿈에 도전했음에도 타의에 의해 이를 져버려야 했던 탈락 연습생들에 대한 피해 보상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명쾌한 피해 보상 방안은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탈락 연습생들의 경우,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 보상을 해줘야 하는 대상인지 모호한 부분이 있을뿐더러 보상을 해줄 수 있는 방법 역시 현실적으로는 강구하기 어렵다. 또한 수많은 연습생들이 원하는 보상 방안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이들의 니즈를 모두 맞춰주는 것 역시 불가능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로 현재 ‘프듀’ 시리즈의 조작에 대한 피해 폭로를 전하는 출연 연습생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과연 채널 차원에서 어떤 피해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한국일보

엠넷은 ‘프듀48’과 ‘프듀X’로 데뷔한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활동 등에 대해 고심하고 있지만, 좀처럼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오프더레코드, 스윙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엠넷 측이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은 ‘프듀’ 조작 파문의 ‘수혜자’로 불리는 또 다른 피해자,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활동 등에 대한 조치다.

안 PD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종 데뷔조 순위 선정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이러한 조작으로 인해 이른바 ‘수혜’를 본 일부 멤버들 외에 정상적으로 데뷔조에 이름을 올린 멤버들의 경우 때 아닌 논란에 ‘잘 나가던 활동’에 급제동이 걸리던 셈이다. 이 경우 이들 역시 이번 논란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은 마찬가지다.

소속사와 제작진의 검은 뒷거래로 이루어진 조작에 힘입어 데뷔조에 이름을 올린 멤버라고 해도, 마냥 ‘가해자’로 치부하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일어나선 안 될 부정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이들 역시 소속사의 조작을 묵인했고, 그로 인해 데뷔에 이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비판 받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출연 당시 소속 연습생에 불과했을 이들이 소속사와 제작진이 깔아둔 ‘조작 판’ 위에서 큰 목소리로 반기를 들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순 없다.

현재 조작 가담 여부를 의심받고 있는 일부 소속사의 소속 멤버들에게는 ‘조작 멤버’라는 오명이 씌워졌다. 향후 보다 구체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될 경우, 그룹 존폐 여부와 무관하게 이들에게는 ‘조작 멤버’라는 낙인이 오랜 시간 주홍글씨처럼 새겨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10대 시절부터 ‘가수’라는 꿈을 향해 달려왔을 이들에게는 꽤나 가혹한 현실이 아닐까.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수혜를 입은 건 맞지만 결과적으로 멤버들이 앞장서 저지른 조작이 아닌 상황에서, 향후 실질적인 피해 직격타를 입는 것은 결국 조작에 가담한 소속사 출신 멤버들이 되지 않겠나. 하지만 ‘가해자’라는 비난 여론 속 이들에 대한 향후 활동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부유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합당한 조치, 피해보상, 재발방지 및 쇄신 대책을 예고했던 엠넷은 현재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 중일까. CJ ENM 측 관계자는 본지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피해보상 대안이 나온 것은 없다”면서도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려고 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피해자들이)원하는 보상 방향도 모두 다를 듯 하고, 향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간은 흐르는데, 엠넷의 ‘어영부영’ 대응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있는 듯하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