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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손라도나’ 70m 폭풍 질주에 선수들이 홍해처럼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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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번리 선수 7명 제치며 역사적 골 기록…무리뉴 감독 “1996년의 호나우두를 봤다”

1골·1도움 더해 시즌 ‘10골·9도움’

언론·팬들 “마라도나 같다” 극찬

경향신문

토트넘 손흥민(왼쪽에서 세번째)이 8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번리와의 홈 경기에서 약 70m를 드리블한 뒤 골을 넣고 있다. 런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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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27·토트넘)이 드리블을 시작하자, 번리 선수들은 성경 속 모세 앞의 홍해처럼 갈라졌다. 아무도 손흥민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마치 창 한 자루와 말 한 필로 조조의 백만대군을 무인지경 가르던 조자룡 같기도 했다. 마치 애니메이션 같은 한 장면. 손흥민은 그렇게 70m 넘겨 질주했고, 전 세계 팬들을 흥분시키는 ‘원더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8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번리와의 홈경기에서 팀이 2-0으로 앞선 전반 32분 역사적인 골을 남겼다. 토트넘 진영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공을 잡아 질주를 시작해 상대 선수 7명을 제치며 70여m를 달리더니 눈앞에 골키퍼만 남겨놓고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마치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나온 마라도나(아르헨티나) 골을 다시 보는 듯했다. 당시 마라도나는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하프라인 조금 뒤쪽에서부터 60여m를 질주해 6명의 잉글랜드 선수를 제치고 골을 넣었다. 이 골은 역대 최고의 골을 언급할 때 매번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데, 이번 손흥민의 골도 그에 모자랄 게 없다.

미국 야후 스포츠는 경기 후 “이 한국인은 전반전에 팀의 3번째 골을 터뜨리며 토트넘이 번리를 상대로 보인 파괴적인 모습에 기여했다. 마라도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호평했다. CBS스포츠도 “마치 마라도나 같은 골이었다. 비록 마라도나가 1986년 월드컵에서 터뜨린 골의 위대함과는 (경기 의미에서) 거리가 있지만, 넓은 시야로 본다면 역사적 위대한 골 목록에 포함될 만하다”고 전했다.

토트넘 감독 부임 후 손흥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조제 무리뉴 감독은 과거 브라질 최고의 공격수였던 호나우두를 언급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 아들은 손흥민을 ‘손나우두’라 부른다”고 운을 뗀 뒤 “손흥민의 골이 터지는 순간, 나는 1996년 보비 롭슨 감독 옆에서 봤던 콤포스텔라와 바르셀로나의 경기에서 (당시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던) 호나우두의 기막힌 골 장면을 봤을 때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박지성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한다. 한국 선수들은 지도하기가 아주 좋다. 배우기를 좋아하고 겸손하다. 손흥민은 환상적인 선수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이날 해리 케인의 선제골도 도우면서 1골·1도움을 기록했다. 정규리그로는 5골·7도움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5골·2도움) 기록까지 합치면 이번 시즌 10골·9도움의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매기는 평점에서는 9.3점을 받았다. 2골·1도움으로 10점 만점을 받은 케인에 이은 팀 내 두 번째다. 그러나 손흥민은 EPL 공식 홈페이지의 온라인 투표로 뽑는 ‘킹 오브 더 매치’에서는 54%의 지지로 케인(27.4%)을 거의 두 배 차이로 따돌리며 팬들이 인정한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국제선수상 트로피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트로피를 전달한 사람은 한국 축구의 또 다른 전설인 박지성이었다. 2019년 12월8일은 손흥민이 전설들을 소환한 날로 본인에게도, 팬들에게도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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