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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꿈의 무대 올림픽 본선 도전… 이번에는 꼭 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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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간판’ KB 박지수 / 2020년 2월에 열리는 최종 예선전 / 스페인·中·英 한 조 남다른 각오 / WKBL·WNBA·대표팀 ‘강행군’ / 체력 안배… 팀 2연패도 이룰 것

세계일보

KB 박지수가 홈코트인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쉼없이 달려온 그는 팀의 2연패와 WNBA 무대, 그리고 올림픽 최종예선까지 더 힘차게 내달리겠다는 각오다. KB스타즈 제공


2018∼2019시즌 WKBL 여자프로농구에서 통합 6연패의 철옹성을 쌓았던 우리은행을 무너뜨린 팀이 KB스타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KB에 박지수(21·사진)라는 든든한 기둥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 4년차 박지수는 이렇게 놀라운 성장세로 한국여자농구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도 진출해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소속으로 이미 두 시즌이나 활약했고 이제는 그가 없는 국가대표팀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2019∼2020시즌도 경기당 14.4득점(국내선수 2위), 12.7리바운드(전체 3위, 국내 2위), 블록슛 2.0개(전체 1위) 등 전천후 활약으로 KB를 리그 선두로 이끌고 있는 박지수를 선수단 숙소인 국민은행 천안연수원에서 만났다. 그런데 볼멘소리가 먼저다. 강력한 라이벌 우리은행에 이번 시즌 두 번이나 졌기 때문이다. 박지수는 “모든 팀이 수비를 강하게 하지만 우리은행 선수들은 몸도 좋고 더 끈질겨서 내가 많이 밀린다”며 “웨이트 운동을 늘리고 훈련 때 더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벌이는 연습도 하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박지수는 다른 팀들의 집중견제 대상이다. 그는 “때로는 내가 투견같기도 하다. 수비가 지나치게 달라붙어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포커페이스 유지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한다. “코트에서 무표정하니 어디 아프냐고 걱정하는데 경기에 더 집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팬들의 이해를 바랐다.

박지수는 최근 2년간 쉼없이 달려왔다. 겨울리그인 WKBL이 끝나면 미국으로 날아가 여름리그인 WNBA에서 뛰었다. 중간중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예선 등 대표팀 역할도 했다. 당연히 체력적으로 힘겨운 과정이다. 그래서 그는 시즌을 시작하면 시합과 훈련에 체력을 배분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의 경기를 하면서 “상대의 견제를 뚫기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가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판단해 오히려 운동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박지수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체력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의미다. 주변의 많은 관심도 그를 힘들게 했지만 올해 WNBA 리그도 상처를 줬다. 2년차인 만큼 더 많은 기회를 기대했지만 소속팀에 WNBA 득점왕 리사 캠베이지가 영입되면서 오히려 반대였다. 박지수는 “처음에 캠베이지와 같은 팀에서 훈련할 수 있는 것만도 좋았다. 하지만 올해는 뭔가 해볼 수 있겠단 자신감을 갖고 왔는데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타국에서 그의 우울함을 달래준 것은 방탄소년단의 동영상이었다.

그래도 박지수는 팀 2연패와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떠올리면 다시 힘이 난다. 특히 내년 2월 올림픽 최종예선은 한 수 위 실력으로 평가받는 스페인, 중국, 영국과 한 조가 돼 각오가 남다르다. 박지수는 “올림픽을 경험해 본 선수가 김정은(32·우리은행) 언니밖에 없다”며 “이번이 진짜 마지막 도전이라는 언니들이 많다. 내가 봐도 다음 올림픽에는 이 멤버로 나가기 힘들 것 같아 더 간절하다”고 말했다.

프로 4년차지만 박지수는 “때로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러워 어리다는 핑계에 숨고 싶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자신처럼 지난 시즌 신인상을 받고 2년차에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후배 박지현(19·우리은행)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박지수는 “돌아보니 2년차일 때 가졌던 부담의 무게보다 지금이 더 가벼워졌다”며 성숙해진 자신을 느낀다. 그래서 박지수는 “난 올림픽 무대도 밟아야 하고 미국에서도 주전으로 뛰어야 한다. 한국에서 이만큼 했으면 됐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며 스스로에게 채찍질하고 있다.

천안=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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