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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여자 배구 ‘실검 스타’ 박혜민 “‘장충 쯔위’ 넘어 실력으로 인정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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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 닮은 외모로 주목

올 시즌 부상자 공백 메우며 활약

“주전 선수 무게감 이제 좀 알아”

팬들과 팀 언니들 응원이 큰 힘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어”

경향신문

‘장충 쯔위’로 불리며 팬층을 넓히고 있는 여자배구 GS칼텍스 박혜민이 지난 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뒤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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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민(19·GS칼텍스)은 2019~2020시즌 여자배구 ‘실검(실시간 검색어) 스타’다. 지난 9월 컵대회 경기 후 인터뷰가 방송을 타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박혜민의 이름 석자가 올랐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를 닮았다며 배구 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불리던 별명 ‘장충 쯔위’는 이제 배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졌다.

지난 9일 경기 가평군에 위치한 GS칼텍스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박혜민은 V-리그 개막 전에 마주한 갑작스러운 인기에 점차 적응해가는 중이었다. 박혜민은 “처음에는 별명이 어색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웃으며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장충 홈경기 끝나고 태어나서 처음 배구 보려고 진주나 부산에서 왔다는 팬들을 만났다. 가끔 시즌 중 외출할 때,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지나가면 알아봐주시는 분들을 보면 감사하다”고 했다.

박혜민은 2019~2020시즌 들어 코트에서의 존재감도 키우고 있다. 인기 상승의 지렛대가 된 외모 덕분이 아니라 팀 사정 때문이었다. GS칼텍스 공수의 중심인 레프트 이소영이 지난달 17일 경기 중 오른쪽 발등 부상을 당한 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박혜민은 권민지 등과 함께 번갈아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두 자릿수 득점을 내는 경기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박혜민은 “직접 경기에 나서면 이것저것 배우는 게 많다. 팀이 이기면 출전을 못해도 기분이 좋지만, 경기에 직접 뛸 때의 기분은 더 짜릿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혜민은 스스로 ‘부족함투성이’라고 느끼기에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박혜민은 “악플이 달릴지도 모르는데…”라며 쑥스러워하면서도 “몸무게가 늘지 않고, 공 때릴 때 힘이 실리지 않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몸싸움이 없는 종목 특성상 배구 선수들은 큰 키에 비해 마른 편이긴 하지만, 프로필상 181㎝·65㎏인 박혜민은 팀 동료들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말랐다. 박혜민은 “팀 회식 때 제가 마지막까지 자리에 앉아서 먹을 때나 웨이트트레이닝 때 들어올리는 무게가 적지 않을 때 선생님(코칭스태프)들이 놀라셨다”며 “선생님들도 ‘웨이트 때 쓰는 힘이 왜 공을 때릴 때는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청평호를 앞에 두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에 머물고, 또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홀로 운동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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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이 같은 이소영과 강소휘를 비롯한 팀 언니들은 그런 박혜민에게 롤모델이자 힘을 주는 특별한 존재다. 함께 있을 때는 박혜민에게 ‘실검 1위’라며 놀리기도 하지만, 박혜민은 함께 뛰며 “실수해도 괜찮으니 과감하게 공을 때리라”는 언니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

가족들도 박혜민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박혜민은 중학교 때 잠시 배구 선수를 했던 어머니를 따라 동호인 배구 현장을 찾았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정식 선수가 됐다. 부모님은 박혜민이 선수 생활을 하는 데 버팀목이었다. 부산에 사는 부모님과 언니, 남동생은 평소에도 모바일 채팅방을 통해 대화를 나눈다. 박혜민은 “김천, 대전 등지에서 경기가 있을 때 가족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주신다”며 “할머니께서도 제 경기를 TV로 챙겨보시고 전화를 많이 걸어주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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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민은 또 다른 고민을 가족들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박혜민은 “부모님은 제가 경기가 안 풀리면 밤에 못 잘 정도로 예민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인지 항상 ‘걱정하지 말고 눈 붙이고 일찍 자라’고 조언해준다”며 “마음의 안정을 얻으라며 언니는 컬러링북을, 남동생은 디퓨저(방향제)를 선물해줬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 중인 언니와 고등학교 1학년생인 남동생은 박혜민에게 “에이, 무슨 쯔위가 이러냐”며 장난 섞인 핀잔을 주지만, 생각이 많아 취미를 가져볼까 고민 중인 박혜민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박혜민은 “시즌 들어갈 때는, 팀이 흔들릴 때 투입된다면 그때 도움을 주는 선수를 목표로 했다”며 “요즘 주전 선수의 무게감을 조금씩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뜨거운 관심 속에 나쁜 댓글이 달리는 것도 경험했다. 박혜민은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며 “더 과감하게 공격하고 잘 버텨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충 쯔위’라는 별명을 넘어 선수로서도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큰 박혜민은 오늘도 팀의 봄배구를, 더 나아가 더 강해질 자신을 꿈꾼다.

가평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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