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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독일 축구 미래를 책임지는 한국 남자 이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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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교포 DFB 유스총괄부장

U-21팀 등 연령별팀 책임자

월드컵 한국팀 연락관으로 인연

중앙일보

독일축구협회에서 일하는 이경엽은 뢰브 독일대표팀 감독에게 조언하는 전문가다. 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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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에 턱수염, 독일 남자로는 작은 1m72㎝의 키, 그리고 동양인 이목구비. 독일어는 유창했다. 독일축구협회(DFB) 이경엽(44) 유스팀총괄부장의 첫인상이다. 재독 교포인 그는 300여명의 DFB 직원 중 유일한 한국계 독일인이다.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DFB 본부에서 그를 만났다.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 한국과 독일 경기를 보는데, 저도 모르게 한국을 응원했어요. 어떻게 하면 독일이 축구를 더 잘할까 고민하는 사람인데, 참 이상한 일이죠. 독일어로 생각하고, 말도 독일어가 더 편한데, 아무래도 심장만큼은 한국인인가 봅니다."

이경엽이 이끄는 유스팀총괄부는 독일 전역에서 유망주를 발굴해 정상급 선수로 자라도록 지원한다. 한마디로 독일 축구 미래의 산실이다. 독일은 성인(A) 대표팀 외에 15세 이하(U-15)부터 21세 이하(U-21)까지, 한 살 간격으로 7개의 연령별 대표팀을 운영한다. 요아힘 뢰브(59)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과 수시로 면담한다. 이경엽은 독일 U-21 팀 단장도 맡고 있다. 그의 지시에 따라 70여명의 스태프가 움직인다.

독일은 올해 U-21 유럽선수권에서 준우승했다. 4강에 주어지는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경엽은 "평소 뢰브 감독이나 프로팀 지도자들과 선수 발전에 관해 많이 이야기한다. 또 대회가 열리면 선수들만큼이나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어린 선수들이 잘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 대표팀의 20대 선수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경엽은 1975년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파독 광부, 어머니는 파독 간호사였다. 6세 때 헤르타 베를린 유스팀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스피드가 강점이었고, 20세였던 1995년 베를린 2군(3부리그)에 올라갔다. 그러나 그해 은퇴했다. 그는 "지금은 (필립) 람이나 (조슈아) 키미히처럼 빠른 단신 선수도 주목받지만, 당시(1990년대)에는 키 크고 힘 좋은 선수 전성시대였다. 기회도 없었고 부상이 겹쳤다"고 설명했다.

이경엽은 곧바로 베를린자유대에 진학해 경영학을 공부했다. 2002년 포츠담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3년 뒤엔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현지의 한 컨설팅회사에 취직했다. 그는 "부모님이 다른 건 독일식으로 가르쳤는데, 공부만큼은 한국 스타일로 시켰다. 그 덕분에 축구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공부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다시 축구와 인연을 맺은 건 2006년 독일월드컵 때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 연락관을 맡았다. 축구가 그리워서다. 선수 경험에다 독어·영어·한국어에 능통한 그는 연락관 중 단연 돋보였다. DFB가 그를 눈여겨봤고, 2년 뒤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한국 연령별 대표팀의 독일 전지훈련을 주선하는 등 한국과 독일의 가교 구실도 했다. 그는 "최근 대한축구협회 측에 DFB와 '골키퍼 훈련·양성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고 귀띔했다.

이경엽은 내년에 10년 이상 몸담은 DFB를 떠난다. 이번엔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구단이 러브콜을 보냈다. 사업개발본부장이 새 직함이다. 볼프스부르크는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모기업이다. 국내에선 구자철(30·알 가라파)의 친정팀으로 유명하다. 그는 "계속 축구계에 몸담는 거라 달라지는 건 없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를 위한 일이라면 언제든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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