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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김지현 "저는 흙수저…영플레이어상에 김병수 감독님 지분 있다"[위크엔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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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지현이 12일 서울 잠실 모처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한 후 사진을 찍고 있다. 정다워기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김지현(24·강원)은 상상도 못한 한 해를 보냈다.

김지현은 2019년 K리그 영플레이어상 수상자다. 지난해 데뷔한 김지현은 12경기 3골이라는 평범한 성적으로 첫 시즌을 보냈으나 올해 27경기 10골1도움이라는 좋은 기록으로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 흔한 연령대 대표팀 한 번 한 적 없다. 철저하게 무명의 길을 걸었던 김지현이지만 프로 2년차에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2일 서울 잠실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모든 순간이 꿈 같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라 더 소중하고 감사하다”라며 2019년을 곱씹었다.

◇“저는 흙수저…다 꿈 같아요”

김지현은 제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섬에서 지내다 대학 진학을 위해 지난 2015년 육지로 올라왔다. 김해에서 인제대를 다니다 3학년 때 한라대로 편입한 특이한 이력도 있다. 대학교 시절에도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는데 U리그 활약을 유심히 지켜보던 송경섭 전 강원 감독이 발탁해 프로에 입성했다. 김지현은 “황인범이나 나상호, 황희찬 같은 선수들과 또래라 경기를 많이 봤다. 그 선수들을 우러러봤다. 저와는 다른 세상에 있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 “저는 솔직히 흙수저다. K리그 유스 출신도 아니고 연령대 대표팀을 가본 적도 없다. 늘 막연하게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영플레이어상을 받을 줄 몰랐다. 투표 결과를 보고 정말 놀랐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몇 년 전까지 누나들에게 용돈을 받기만 했는데 이제는 제가 드린다. 얼마 전에도 서울에 있는 작은 누나에게 밥을 거하게 사고 용돈도 줬다”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김지현이 현실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시상식 날은 약간 자부심 있었는데 다음날이 오니까 그냥 재활 생각밖에 안 들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이니까 기쁜 마음은 취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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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김지현이 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있다. 2019.12.02.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원래 많이 뛰는 게 목표였는데…두 자릿수 골 생각도 안 했어요”

김지현의 경우 지난 시즌까지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고, 원래 이름 있는 선수도 아니었기 때문에 2019년 이 정도로 큰 활약을 할 것이라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다. 김지현은 “사실 골은 아예 생각도 안 했고, 경기에도 이 정도로 많이 뛸 줄 몰랐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동계훈련 때도 잘했다고 보지 않았다”라면서 “그런데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덕분에 경기에 많이 나서게 됐다. 원래는 지난 시즌에 3골을 넣었기 때문에 4골은 넣자고 생각했다. 목표는 딱 그정도였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데 김지현은 3월17일 전북전에서 골을 넣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전북 같은 K리그 최고의 팀을 상대로, 그것도 원정에서 골맛을 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게다가 그는 올해 서울, 울산 등 강팀들과의 맞대결에서 계속해서 골을 터뜨렸다. 강팀에 강한 면모를 보인 것이다. 김지현은 “모든 골이 소중하지만 그런 팀들을 상대로 넣으니까 확실히 자신감에 도움이 됐다. 스스로를 믿게 되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김병수 감독님은 ‘명언 제조기’, 마성의 매력 있어요”

김지현의 ‘폭풍 성장’ 배경에는 김병수 강원 감독의 도움이 있었다. 김지현은 “아예 축구를 다시 배웠다. 볼 터치부터 패스하는 법까지 아예 기초를 새롭게 쌓았다. 처음에는 다들 생소해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다들 감독님을 한 번 경험하면 수긍하고 인정하게 된다. 늘 작전판을 손에서 떼지 않으시는 열정이 있다. 생각도 못한 아이디어를 보여주셔서 다들 놀란다. 그러면서도 사생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으신다. 마성의 매력이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김지현이 꼽은 김 감독의 가장 큰 매력은 선수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명언 제조기’라는 사실이다. 김지현은 “개인적으로 감독님의 여러 면 중에서 명언을 통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모습에 반할 때가 많다. 경기 전에 선수들을 뜨겁게 만드는 능력이 있으신 분이다.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제가 올해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데 가장 큰 지분은 감독님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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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의 이현식이 9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진행된 K리그1 2019 20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앞선 후반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김지현을 끌어안으며 환호하고있다. 2019.07.09. 춘천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동국 선배는 축구도사…조국이형에게 많이 배웠다”

김지현은 “롤모델은 없다.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다른 선수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김지현이 실제로 보고 놀란 선수는 있다. 바로 전북의 베테랑 이동국이다. 이동국보다 17세 많은 그는 여전히 왕성한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지현은 “같이 뛰어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저는 앞에 있으니까 이동국 선배가 뛰는 모습을 멀리서 본다. 그래서 슈팅 자세나 타이밍 등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데 말이 안 되는 상황에서 슈팅할 공간을 만들더라. 저는 꿈도 못 꿀 것 같은 플레이였다. 스트라이커는 저렇게 골을 넣는 거구나 스스로 생각했다. 축구 도사다”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올해까지 강원에서 함께 뛴 정조국도 김지현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김지현은 “제가 박스 안에서의 플레이가 제일 부족하다. 조국이형은 교과서 같았다. 조국이형이 하는 대로 보고 배우려고 많이 노력했다. 띠동갑 선배이지만 자상하고 잘해주셨다.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 잘하는 선수 되고 싶어요”

김 감독이 올해 김지현을 강원의 핵심 공격수로 활용한 이유는 그가 다양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지현은 공격수로서 다채로운 장점이 있는 선수다. 활동량이 많고, 183㎝의 장신을 활용한 제공권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발도 느린 편이 아니고 슈팅력도 보유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중앙 미드필더를 담당한 영향인지 축구선수의 기본적인 재능을 고르게 갖추고 있다. 김지현은 “송경섭 감독님께서 저를 영입하신 것도 저의 여러 능력 때문인 것 같다. 제가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감독님께서 요구하는 여러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지현은 프로 선수로서 특정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플레이를 능숙하게 해내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소신을 이야기했다. “사실 프로 선수가 딱 하나의 큰 무기를 갖는 게 좋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여러 가지 능력을 보유하면 또 다른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저는 더 다양하고 풍성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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