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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김대호의 야구생각] 비전도 전략도 없는 삼성, 대구팬들은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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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스토브리그가 한창인 요즘 삼성은 뉴스 시장에서 사라졌다. FA 영입도, 대어급 외인 수급도 없다. 그렇다고 무럭무럭 커가는 유망주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야구인들 사이에선 “삼성이 프로야구에 흥미를 잃은 것 같다”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2016년부터 4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데도 구단 프런트는 긴장하지 않는다. 내년에도 하위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단장, 감독이 한목소리로 “내년 시즌 우승이 목표가 아니다 보니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이게 할 말인가.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2020년 꼴찌 후보로 대부분의 야구인들이 삼성을 꼽고 있다. 전력을 떠나 구단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프런트의 이런 패배의식은 그대로 선수단에 전달된다. 삼성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개탄스럽다.

매일경제

전통의 "명문구단" 삼성 라이온즈가 장기 비전과 전략이 실종된 가운데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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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구단’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 오랜 전통과 이에 걸맞는 레전드급 스타 선수를 여럿 배출해야 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성적을 올려야 하며 불멸의 팀 기록 몇 개는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열성적인 팬들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삼성은 국내 구단 가운데 위 조건을 가장 완벽하게 갖춘 팀이다. 단 하나의 ‘명문구단’을 꼽으라면 바로 삼성일 것이다. 단, 2015년까지.

삼성은 팀 통산 승수에서 2580승으로 아직도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두산 베어스의 2453승에 100승 이상 앞서 있다. 우승횟수에서는 8번으로 KIA 타이거즈(해태 포함)의 11번에 이어 2위에 올라 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 28번(1985년 통합우승 포함)으로 압도적 1위다.

대구시민들은 2016년 대구시 수성구 연호동에 최신식 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지을 때만 해도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최고의 인프라까지 갖춘 삼성이 명실상부한 ‘명문구단’으로 자리 잡을 줄 알았다. 하지만 대구 팬들은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

삼성은 2016년 이후 효율적인 투자와 팀 발전 방향에 대한 전략이 실종됐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프런트의 영향력이 강한 팀인데 최근 몇 년 동안 실패의 연속이다.

요즘 삼성 팬들은 삼성 라이온즈 관련 기사마다 악플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구단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절대다수다. 삼성이 팬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다면 팀의 비전에 대해 어떤 방식이 됐든 설명해야 한다. 팬들이 더 떠나기 전에 납득시켜야 한다.

삼성의 몰락은 한국 프로야구 시장에도 치명적이다. 삼성은 1982년 이후 좋든 싫든 프로야구를 이끌어 왔다. 일본 미국의 선진야구 시스템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우리식으로 정립시킨 것도 삼성이며, KBO의 제도적 변화를 주도한 것도 삼성이다. 대구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 통 큰 투자로 프로야구 파이를 키워 왔다.

한국 프로야구는 2000년 대 후반부터 10년 가까이 호황기를 누리다 최근 2년 연속 관중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런 와중에 삼성의 이해하기 어려운 소극적 모습은 프로야구 시장에 악재임에 틀림없다. 대구 팬들은 알고 싶다. 삼성 라이온즈의 3년 뒤 모습, 5년 뒤 서 있을 자리를.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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